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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국내에서 외수(外需)를 일으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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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국내에서 외수(外需)를 일으키자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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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거리 서울 인사동. 요즘 부쩍 늘어난 가게가 눈에 띈다. 옛날 임금이 즐겨 먹었다는 꿀타래를 만들어 파는 곳이다. 젊고 잘생긴 총각들이 외국인 관광객의 차림을 보고 재빨리 국적을 알아채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유창하게 설명한다. 이들이 꿀타래에 붙인 별명은 '임금님 까까'. 꿀과 엿기름을 섞은 꿀덩이에서 명주처럼 가늘고 고운 실엿을 뽑아내 돌돌 말면서 안에 아몬드, 코코아, 호두 등을 넣어 만든다.


10년 전만 해도 인사동 거리의 먹을거리는 엿, 쥐포, 감자, 호떡 등 다른 시장골목과 다를 게 없었다. 한국적인 볼거리가 많은 '메리의 골목(Mary's Alley)'으로 불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자 식혜, 생과일주스, 한과 등 외국인을 겨냥한 한국적인 음식으로 바뀌었다. 메리의 골목은 인사동을 넘어 삼청동 등 북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 된다며 한숨을 쉬는데 꿀타래 가게처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특화하면 어떨까. 치킨집, 삼겹살집, 노래방, 미장원 등 몇 집 건너 볼 수 있는 레드오션 자영업 대신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블루오션 업종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이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기준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31.3%로 미국(7.4%)ㆍ일본(10.2%)의 서너 배다. 음식점 한 곳당 인구를 보면 미국이 606명, 일본이 177명인 반면 한국은 85명에 머문다. 찾아올 손님이 적으니 박 터지는 경쟁 끝에 얼마 안 가 문을 닫는다. 창업한 지 3년 내 폐업비율이 19.7%로 제조업(5.8%)의 네 배에 가깝다. '사오정(45세 정년)' 등 퇴직자들이 대충 남들 하는 걸 보고 개업한 탓이다.

지난해 6%대 성장률로 경제가 좋아졌다는데도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자영업이 몰락해서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는 559만여명으로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605만명)보다 적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공격적인 영업 확장이 산매유통 자영업의 퇴출을 부채질했다.


급기야 내수활성화 방안을 찾자며 열흘 전 대통령과 총리, 장ㆍ차관 등 국정책임자 88명이 모였다. 1박2일 토론 끝에 내놓은 게 공공기관 근로시간 8ㆍ5제, 공휴일 대체 휴일제, 월 1회 전통시장 가는 날 만들기 정도다. 어쩌면 하나같이 내국인 소비자의 구멍 뚫린 지갑을 털자는 것일까.


생각을 바꿔 5000만명도 안 되는 내국인 소비자를 놓고 과당출혈 경쟁을 하지 말고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소비자를 겨냥한 신사업을 일으키자. 국내에서 '내수'만 살리려 들지 말고 '외수(外需)'를 키우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900만명, 하루 평균 2만5000명꼴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앞질렀고 씀씀이도 더 크다. 이 밖에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 외국인 유학생도 8만명을 넘었다.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지갑을 열도록 하려면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필수다. 음식점ㆍ산매점 같은 전통 생계형 서비스업 말고 부가가치가 높은 교육ㆍ의료ㆍ관광ㆍ사업 서비스(법률ㆍ회계) 말이다. 당장 영리의료법인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원하는 관광도 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다.


동남아 관광객에게 한국의 하얀 눈은 환상적인 상품이다. 도심에서 전철을 타고 조금만 달리면 오를 수 있는 산이 많은 것도 축복이다. 자본과 유통망을 갖춘 큰 기업 사장님들이 치킨ㆍ피자를 팔거나 떡볶이ㆍ비빔밥ㆍ꼬치구이 체인점까지 열어 골목가게 사장 울리지 말고 '통 큰 외수' 업종과 상권을 개척하길 기대한다. 정부도 괜히 4대강 주변 위락단지에 내국인도 드나드는 카지노를 설치하려는 꼼수를 두지 말고 역대 정권이 그토록 외쳐온 서비스업의 진정한 선진화에 매진해야 한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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