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6일 부산저축은행의 1천억원대 유상증자를 주선하면서 투자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KTB자산운용 장인환(52) 대표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장 대표를 조만간 소환해 유상증자를 주선한 경위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장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초기인 지난 3월 말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장씨에 대한 수사의뢰서가 접수돼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은 누적된 금융비리로 자금난을 겪던 부산저축은행이 작년 6월 금융감독원의 대손충당금 적립 요구에 따라 유상증자를 시도할 때, 삼성꿈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항공대(포스텍)에서 각각 500억원씩 투자받아 1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증자에 참여했다. 현재 이 투자금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하지만 계열 관계인 KTB투자증권이 2008년 300억원을 들여 부산저축은행이 인수한 대전저축은행 지분 25%를 사들였다가 불과 1년 만인 2009년 11월 모두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한 점에 비춰, KTB자산운용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외부 투자자들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 측은 투자 당시 KTB자산운용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알고도 허위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장 대표는 자신도 부실 위험을 몰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은 장 대표가 유상증자를 주선하기 전인 지난해 3월 "부산저축은행이 발행하는 전환우선주에 최대 1천억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투자의향서에 서명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해외 도피중인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72)씨가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투자금 1천억원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 박씨가 접촉한 정관계 인사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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