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기·가스· 교통요금 줄인상… 물가 압박 서민가계 부담 확대 불가피
사람들은 흔히들 ‘전기세’ ‘수도세’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표현은 엄격히 따지자면 잘못 사용되는 경우다.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이라 표현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전기세, 수도세라고 하는 이유는 이들 요금이나 가격을 정부나 지자체가 결정이나 개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사용한 요금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걷는 세금과 동일시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요금은 철도·전기·담배·우편·전신전화 요금과 상하수도·도시가스·공업용수의 사용료, 지하철 운임, 시립·도립 병원의 의료비, 기타 경제기획원 장관이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정하는 사용요금 및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공공요금은 국민생활에 있어서 기초적·필수적 성격이 강한 것이 많으므로 특히 공공요금의 인상에 있어서는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도 공공부문에서의 경영의 철저한 합리화가 필요하다.
최근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부담스러운 소식이 공공요금 인상이다. 이달 말 중앙·지방 공공요금 인상안 발표에 이어 다음 달부터 전기, 가스, 교통요금 등이 차례로 오를 예정이다.
지난 5월 도시가스 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이 한차례 인상됐지만 가격 요인 등이 만족스럽지 않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행료·전기요금에 우선 적용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물가 관계장관회의’에서 7개 부문 22개 정책수단을 제시했다. 7개 부문은 총수요 관리·생산비 절감·유통 구조 개선·독과점 구조 개선·신기술, 신상품 개발·수급 조절 기능 강화·시장 유인 기제 강화 등이다.
정부가 우선 집중하는 부분은 공공요금 인상 계획과 관련된 시장 유인 기제 항목이다. 시간별·요인별 가격차등제와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요금을 할인해주는 첨두부하(尖頭負荷, peak load) 가격제 등이 도로통행료와 전기요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첨두부하란 하루의 전력 사용 상황으로 보아 여러 가지 부하가 겹쳐져서 종합 수요가 커지는 시각의 부하를 나타내는 말이다. 도로통행료의 경우 현재 하이패스 단말기 등에만 적용하는 출퇴근 시간대 할인제도를 확대·개편해 평일 출퇴근 시간대의 요금은 깎아주고, 주말·공휴일 요금은 지금보다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요금도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전력 사용시간대를 사용량에 따라 차등하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주택용 전기요금은 7월부터 스마트미터(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한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는 인상폭을 늘리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 대해선 인상폭을 줄여 수요 관리도 하고 물가 부담도 줄이자는 목적이다. 정부가 이처럼 물가 안정을 위해 전 부처에 총력전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공공요금 인상이 임박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공공요금은 전기료와 도시가스, 우편료, 열차료, 시외·고속버스요금, 도로통행료, 국제항공요금, 상수도(광역) 등 11개 부문 가운데 통신료, 유료방송 수신료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인상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도시가스료는 지난 달부터 평균 4.8% 올랐으나 인상 요인(7.8%)을 다 반영하지 못해 하반기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한국가스공사는 “연료비 연동제로 2개월마다 유가와 환율에 ±3% 변동이 있을 때 가스 요금이 조정된다”며 “소매 요금까지 합산한 소비자 기준으로 도시가스가 5.6%가량 상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4.9%, 5월에 4.8%에 비해 상승폭이 더 높아진 것이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국회 지경위에 출석해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5.6%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사장은 “원료비 인상액은 6.7%이지만, 소비자가로는 5.6% 오른다”며 “소비자 가격이 5.6% 오르면 가계 부담은 월 평균 565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는 23일 “도시가스 요금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도시가스 도매요금 조정은 지경부 장관 승인 사항으로 현재 가스공사의 신청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전기료는 지식경제부가 수요가 급증하는 7월부터 7.2%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주택용 전기료의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산업부문 덜 올리겠다” 한 발 후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20일 “산업부문은 치열한 국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전기료를 많이 올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산업용 전력요금을 더 많이 올리려던 입장에서 다소 변화가 생긴 것.
최 장관은 이날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전력 공급 수급대책회의에 참석, “가계나 산업계가 전기료 인상 부담을 골고루 나눠지는 방향으로 전력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면서 “부담이 느는 부분은 형평성을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장관은 “전기료는 올리되 소비를 줄여, 가계가 부담하는 총 지출금액이 늘지 않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가 전기를 절약하는 방법을 홍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동결됐던 도로통행료와 광역상수도, 우편료 등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국제항공요금은 7~8월 유류할증료가 인상됨에 따라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방 공공요금도 물가 가중치가 높은 대중교통요금을 중심으로 인상이 임박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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