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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 “<최고의 사랑>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7분 55초

홍자매 “<최고의 사랑>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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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 홍정은-홍미란 작가는 부지런하다. 2005년 KBS <쾌걸 춘향>으로 데뷔한 뒤 부침이 심한 드라마 시장에서 SBS <마이 걸>, MBC <환상의 커플>, SBS <미남이시네요> 등 꾸준히 신작을 발표했고 매번 일정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소재, 설정, 캐릭터 등 어느 하나에서라도 새로운 것을 찾아낼 때까지 회의를 쉬지 않는 그들의 집요함은 자신들의 일곱 번째 드라마인 MBC <최고의 사랑>에서 또 한 단계 성장을 이루었다. <최고의 사랑>에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른 배우 차승원은 “작품은 글이 좋아야 된다. 글이 좋아야 인물도 살고, 뭘 해도 어색하지 않고, 사람들한테 감동을 줄 수 있다. 코미디와 정극을 왔다 갔다 하는 역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장치가 굉장히 잘 돼 있는 드라마였다”는 말로 대본의 매력을 표현했다. 지난 23일, <최고의 사랑> 종방을 앞두고 이들을 만났다. 먹고 사는 일에 있어 누구보다 성실하고, 그 모습으로 독고진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구애정처럼 두 작가 역시 여전히 “드라마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10LOGO#> <최고의 사랑>, 마지막은 결국 어떻게 되나.
홍미란
: 독고진과 구애정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비호감’ 커플이 되지만 둘이 맞잡은 손을 놓지는 않는다. 독고진은 비타민 음료 광고를 뺏긴 대신 우유 광고를 찍고, 불화설이 돌면 사람들 보란 듯이 소풍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하고. 와! 할만한 건 없지만 그게 우리 나름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차승원 출연 확정으로 ‘독고다이’ 느낌의 독고진이 탄생했다”


홍자매 “<최고의 사랑>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매사에 자기중심적인 남자와 힘겨운 현실을 열심히 살아나가는 여자의 러브스토리는 시청자들의 정서에도 깊이 관여했다.

<#10LOGO#> 모든 이야기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것일 텐데, <최고의 사랑>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
홍정은
: 처음부터 연예계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기억상실에 남장까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난관은 다 다뤄봤으니까 고민을 하다 ‘호감, 비호감’을 떠올렸다. 독선적이고 특이한 남자와 착하지만 약간 능글능글한 여자애, 두 사람을 어떤 바닥에 넣을까. 농촌이며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찾아낸 게 연예계였던 거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국민 시엄마’라는 존재를 한 번 집어넣어 본 거다. (웃음)


<#10LOGO#>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이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차대웅(이승기) 등 대부분의 남자주인공들이 20대 초중반이었는데 독고진은 30대 후반이다. 달라진 점이 있나.
홍미란
: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아이언맨’ 캐릭터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넣은 거다. 심장 박동 수를 계속 체크하며 사는 좀 차가운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서 자꾸 심장이 뛰어 죽을 것 같아 걱정하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배우는 액션 신도 찍고 해야 하니까 차분한 것보다는 아예 너무 뜨거워서 쿵쾅쿵쾅 제 멋대로 심장이 뛰는 걸 컨트롤하려고 애쓰는 쪽으로 바꿨다. 그러다 언젠가 한 번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전개도 넣었고, 차승원 씨 출연이 확실해져 가면서 이름도 ‘독고다이’라는 느낌의 ‘독고진’으로 지었다. 기본적으로는 박태환 선수가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뭐야, 쟤가 금메달 따면 내 CF 뺏기잖아” 라고 말하는 남자였다. (웃음)


<#10LOGO#> <쾌걸 춘향>의 성춘향(한채영)이나 <마이 걸>의 주유린(이다해) 등 잡초같이 사는 여주인공들이 있기는 했지만 구애정은 그들과 또 다르다. 연예인이지만 굉장히 일상적이고, 세상 물정을 잘 알지만 닳고 닳은 성격은 아니다.
홍미란
: 사실 유린이는 힘들게 산 것도 코미디 화 됐고, 사기를 치는 것도 진짜 사기가 아니라 귀여운 거짓말 수준이었다. 이번에도 열심히 사는 여자를 그리려고 한 건 비슷하지만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현실적으로 힘든 지점들이 더 잘 보인 것 같다. 연예인이라는 게 남들이 제일 말하기 편한 직업, 전 국민이 밥 먹으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입에 올리는 직업이다 보니 모두 그 분야를 정말 잘 아는 것 같다. 시청자들도 남의 직업에 대해 그렇게까지 잘 알지는 못하는데 연예계에 대해서는 ‘A급’, ‘비호감’ 같은 단어나 밀려났다는 거, 인기가 떨어지는 게 어떤 건지 너무너무 잘 아니까 더 와 닿게 느끼신 것 같다.


<#10LOGO#> 전작들은 결정적인 갈등이나 현실적인 문제는 드라마 후반까지 미루다 한꺼번에 몰아치곤 했는데 <최고의 사랑>은 주인공들의 감정이 드러나고 상처를 받는 과정이 초반부터 나온다.
홍미란
: 이 세계의 판타지 쪽에 있는 독고진이 “나는 네가 좋아”라고 했을 때 현실에 발 붙인 구애정이 “우리 둘이 좋아하면 큰일나죠”라고 받는 것이 우리 멜로의 시작이었다. 둘을 그냥 연예인인데 같은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걸로 붙였으면 또 전개가 달랐을 거고, 구애정이 먼저 독고진을 좋아했으면 아예 말을 못 했을 거다. 애정이란 여자 자체가 그동안 겪은 게 있다 보니 자기 주제가 안 된다는 거, 너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런 현실적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여자한테 일단 자기감정부터 중요한 남자가 들이댄 거고, 그 시점에 한 번 까인 게 독고진의 감정에 불을 붙여준 것 같다. 거기에 ‘국민 시엄마’의 존재가 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갈등의 축을 만든 거고.


“내가 욕한 그 사람이 내 등 뒤에 들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홍자매 “<최고의 사랑>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홍미란 “유명이라고 해도 그들이 ‘사람’이라는 것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10LOGO#> 어떤 연예인이 비호감으로 인식될 때 그 전후 분위기를 매스컴이 몰고 가는 게 있다. 교통사고를 독고진이 내도 기자들은 구애정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거기에 낚이는 대중들도 있고. 지금 한국 연예계의 속성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홍미란
: 13, 4회에서 애정이가 기자회견을 여는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감당해야 했던 것들을 좀 많이 보여줬는데, 그건 구애정이라는 캐릭터에서는 꼭 해야 되는 얘기였다. TV라는 게 그렇듯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대중이 다 같이 소비하는 면이 있고, 유명인이기 때문에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법을 어겼을 때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걸 직업으로 보지 않고 아예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꼭 심하게 악플을 다는 게 아니라도 ‘얘는 좀 막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홍정은: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일을 할 때 회의실에서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는데 어떤 개그맨이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쟤는 이유 없이 싫어. 보기 싫어”라고 말했는데 그 개그맨이 저 뒤쪽에 서 있었던 거다. 그 사람은 못들은 척 하고 갔지만 나는 너무 뒤통수가 뜨겁고 정말 너무나 미안했다. 아마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만약 구애정이라는 연예인이 있으면 그 사람을 하나의 인격이 아니라 그냥 TV 속에 나오는 아무나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그래서 <최고의 사랑>을 본 사람들도 내가 욕하던 누군가가 구애정처럼 엄마 아버지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는 거고, 조카나 아들딸 앞에서 욕먹으면 가슴아파할 수 있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주면 좋겠다. 우리 드라마가 무슨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까진 바라지 않아도, 그냥 내가 욕한 그 사람이 내 등 뒤에 서 있다가 들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10LOGO#> 구애정이 독고진 말대로 ‘알고 보면 좋은 여자’라는 걸 제외하고도, 독고진이 왜 이 여자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게 되는가를 설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홍정은
: 그래서 처음에 했던 게 장실장(정만식)에게 구애정이 뺨을 맞는 거였다.
홍미란: 그 전에 독고진도 수차례 얘를 패대기친 거나 마찬가지지 않나. 그렇다고 남자로서 딱 나타나서 “뭐하는 거야?” 할 사람은 아니고, 그냥 못 본 척 가려고 했는데 절대로 그걸 외면하지는 못하는 게 그 사람인 거다. 독고진은 자기 밖에 모르고 자기 인생만 잘 지키고 살려는 사람이지만 같은 바닥 안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게 어떤 건지 공감 못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홍정은: 독고진이 애정이에게 처음 느꼈던 가장 강한 감정은 ‘극과 극은 통한다’인 것 같다. 잘 나가는 연예인을 봤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구애정은 자기가 꿈속에서도 절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고, 그 상황을 처절하게 전쟁터처럼 겪고 있으니까 더 안쓰럽게 비춰진 거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이 점점 커지고, 보호해주고 싶고. 그런데 그걸 윤필주처럼 멋지게 하는 게 아니라 생떼를 써 버린 거지만 (웃음)


<#10LOGO#> 사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은 자존심 때문이건 상황 때문이건 자신의 감정 자체를 오래 숨기거나 속이지 않나. 하지만 <최고의 사랑>에서는 모두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홍정은
: 독고진은 처음부터 구애정과 뭘 잘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저딴 걸 좋아하는 게 너무 창피하고 괴로운데,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제일 만만한 애정이한테 털어놓은 거다. 그런데 행여 독고진이 “나 너 좋아해. 내가 세리 확실히 정리하고 올 테니까 만나자”고 해도 애정이는 “그렇게 한 번 해 봐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오히려 상대에게 솔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LOGO#> 전작들이 어두운 현실이나 심각한 고민은 덮고 가는 편이었다. 그만큼 판타지적인 즐거움도 있었지만 아쉽기도 했는데, <최고의 사랑>은 <환상의 커플> 이후 한 단계 더 성장을 이룬 느낌이다. 어떤 고민을 거쳐 여기까지 온 것 같은가.
홍정은
: 드라마에서 판타지적인 재미를 주려면 기억상실이나 남장을 하고 아이돌 그룹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제일 큰 갈등 축을 초반에 이해시키고 캐릭터를 잡아주는 방법이 있다. 그 얘기를 쭉 갖고 가면 재미있게 볼 수는 있지만 기억상실이나 남장이 공감이 되는 건 아닐 거다. 그런데 <최고의 사랑>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공감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서른 즈음의 나이라는 게,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이걸 몇 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니까 애정이 역시 윤필주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괜찮은 남자한테 시집을 가면 장땡인 것 같은데(웃음) 나에게 장애물, 난관처럼 인식되어 있는 독고진과의 사랑에 투신을 할 것이냐 같은 문제가 쉽지 않은 거다.
홍미란: <미남이시네요> 같은 경우는 우리가 ‘내가 옛날에, 소방차 오빠들 좋아했을 때 그랬지’ 라는 느낌을 떠올리며 썼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같은 경우는 목숨을 바쳐서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구미호라는 캐릭터를 집어넣어 <천녀유혼> 같은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최고의 사랑>에서는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올라가다 보니 고민 자체도 좀 더 성숙해진 면이 있다. 하지만 작정하고 더 성숙하게 쓰려고 했던 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을 드라마에서 깊이 있게 내보낼 수 정도가 되려면 한 오십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웃음)


“제작비가 더 생기면 스태프들 임금도 좀 더 빨리 지급할 수 있다”


홍자매 “<최고의 사랑>은 땅에 붙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홍정은 “캐릭터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사건을 만들어 넣고 싶지는 않다”

<#10LOGO#> 로맨스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감정이나 대사만이 아니라 <동백꽃> 같은 문학작품, 감자나 뽀로로 마이크, 자석을 이용해 감정의 진전을 표현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장치가 촘촘했는데 어떤 이유였나.
홍정은
: <동백꽃>이나 <춘향전>은 감정을 이해시키기가 제일 쉬울 것 같아서 넣었다. <춘향전>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로맨스고, <동백꽃>은 짝사랑에 있어 가장 유치하면서도 귀여운 이야기니까.
홍미란: 독고진이 톱스타라서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있었다. 독고진과 구애정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는데 그걸 재밌게 하려고 구애정의 조카 ‘띵똥’을 통해 다리를 놓았고, 독고진은 굉장히 유치한 사람이라 ‘띵똥’의 어린이 소품들과도 잘 어울렸던 것 같다.


<#10LOGO#>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도 그랬지만 <최고의 사랑>에서도 어른과 어린이가 이야기를 하면서 어른이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되는 지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홍미란
: 우리에게 있어 아이는 마냥 순진무구하고 사랑받아야 하고 귀여운 짓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생을 딱 칠 년 살아온, 일곱 살 먹은 한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어린아이를 투입한다. 아이를 통해 때 묻지 않은 세상을 전해주려고 하는 건 아니다.
홍정은: 독고진이나 나상실은 캐릭터가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어른과 부딪히면 일관성이 무너지는 지점이 생긴다.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그냥 그대로 받아주는 강자(정수영)나 띵똥 같은 친구들을 붙였다.


<#10LOGO#> 음료수, 가전제품, 휴대폰 등 다양한 PPL이 나온다. 작가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제작 환경상 PPL이 필수불가결인 면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하려고 하나.
홍정은
: 아무래도 제작비가 빠듯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해치지 않는 선에서 PPL로 충당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독고진이 마시는 비타민 음료 같은 경우는 초반에 이야기를 잡으면서 ‘이 장면에 물이나 어떤 음료가 등장한다, 병에 독고진의 사진이 붙어 있고 처음에 구애정의 얼굴에 대 주는데 몇 회 지나고 나면 사진이 있는 쪽으로 대게 된다’는 감정을 가지고 간다는 설정을 미리 해 봤다. 그렇게 빨리 합의가 되기만 하면 가능한 작품에 풀어서 가려고 하는 편이다.
홍미란: 드라마는 제작비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돈이 더 생기면 세트 하나라도 좀 더 공 들일 수 있고 보조출연자라도 몇 명 더 써서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좀 더 돈이 생기면 스태프들 임금도 더 빨리 지급할 수 있고. 그동안 우리 드라마가 시청률을 크게 자랑할 건 없었지만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돈을 못 준다던지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자랑스럽다. 어떻게 보면 작가가 이런 말 하는 게 참 없어 보이긴 하는데, (웃음) 우리는 애초에 제작비 규모를 적게 만드는 데다 알차게 해서 절대 망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고, 그래야 계속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환경으로 갈 수 있는 것 같다.


<#10LOGO#> 그래도 대체로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다만 매체 환경이 변하면서 드라마의 시청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홍미란
: 절대적인 수치로서의 시청률이 많이 기사화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좀 더 잘 나올 것 같았는데 왜 안 나오지’ 하면서 고민할 때도 있다. 우리는 이야기를 예쁘게 풀면서 괜찮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독하지 않다’ ‘너무 심심하다’고 공격을 당하면 진짜 뭘 잘못하고 있나, 충격적인 사건을 넣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야기를 계획대로 차근차근 하자고 생각하긴 하는데 숫자가 안 나오면 좀 그렇다.
홍정은: 캐릭터가 세질수록 그 캐릭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풍파가 많이 비껴나게 되는 것 같다. 독고진이나 나상실 같은 캐릭터는 누가 뭘 어떻게 했을 때 바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고, 캐릭터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사건을 만들어 넣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16부작 미니시리즈 안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계속 살리면서 재미를 줄 것인가, 이런 건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고민이다.


<#10LOGO#> 그런데 <미남이시네요>는 오히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 원인에 대해 생각해봤나.
홍정은
: 쉬워서인 것 같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고, 코미디의 정서도 어렵지 않으니까. 아시아권에서 잘 된 <마이걸>이나 <미남이시네요>는 주인공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보니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홍미란: <미남이시네요> 일본판에 쟈니즈 소속의 배우들이 몇 명 나오게 돼서 다음 주에 일본으로 초청받아 가게 됐다. 기무라 타쿠야 사인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심을 갖고 가는 거지만 (웃음) 어쩌면 첫 방송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걸 보면 반응을 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10LOGO#> <최고의 사랑>을 집필하면서 고민한 것들이 앞으로 쓸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드러나게 될까.
홍미란
: 사실 캐릭터만 가지고 갈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는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실 우리가 가장 지향하는 코미디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거다. 2차 대전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코미디 화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내공이 필요한데 언젠가는 우리도 그런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조카들과 함께 봤을 때 창피하지 않은 드라마라는 지점은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계속 우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하나하나 다져 가다 보면 될 것 같다. 나상실을 써 봤기 때문에 이번의 독고진이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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