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혜정 기자]복지부가 벌여놓은 '의약품 재분류' 논의에 의사와 약사가 전혀 다른 셈법으로 접근하며, 21일 예정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2차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을 위기다. 1차 회의에서 박카스 등 44개 의약품을 내준 약사회는 전문약 479개 품목을 내달라며 반격에 나섰지만, 의사협회는 "본래 의도인 감기약 슈퍼판매 이야기만 하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한 양 측의 주장을 소개한다. 약사회는 김 구 회장이 인터뷰에 응했고, 경만호 의사협회장은 "약사들의 본질 흐리기에 말리는 꼴"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하고 중앙약심에 참여하는 이재호 위원(의협 의무이사)을 추천했다.
藥 "피임약 왜 약국서 못팔게 하나"
-약사회가 반대로만 일관한다는 비난이 있다
청와대의 지지를 얻은 보건복지부가 여론몰이를 통해 약사회를 압박하고 공식 회의에서 논의도 하지 않은 의약외품 전환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것은 '의약품 안전'이라는 소신을 버린 것이다. 약국의 생존권은 기득권이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게 무너지면 안전관리는 누가 하고 약화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나. 약사회장으로서 분노와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감기약 논의에 앞서 전문약 재분류를 먼저 들고 나온 이유는 뭔가
(박카스 등) 의약외품 판매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과 이 논의에 앞서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일반약 전환을 조속히 이뤄내 빼앗긴 것 이상으로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가장 중요한 종합감기약, 해열진통제 등을 약국 밖에서 팔 수 있도록 하려면 정기국회에 넘겨야 하는데, 이를 저지할 때까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만약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회장직을)사퇴하겠다.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도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
-의사협회를 '주적'으로 설정하고 전면전을 예고했는데
의협은 이중 잣대로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직능에 대한 도발이다. 최소한의 생존권을 유지하기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고 잘못된 제도를 바르게 세워나가겠다.
醫 "감기약 논의 말자는 것인가"
-약사회가 일반약으로 전환할 품목을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 의료계의 입장은 무엇인가
중앙약심이 열린 것은 가정상비약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 향상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무산시키려는 약사 측이 '전문약-일반약' 카드를 꺼낸 것이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렇게 되면 의약사 간 밥그릇 싸움이 돼버려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 1차 회의 때도 밝혔듯 감기약, 진통제 슈퍼판매를 위한 '약국외 판매약' 신설 논의를 먼저 끝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결국 의사들도 전문약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전문약-일반약 전환 문제는 각 진료과목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1주일 내 결론 날 사안이 아니다. 우리도 각계 학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전혀 손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감기약 문제가 끝나면 국민들의 편의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 우리가 지금 이 문제를 꺼내면 결국 진흙탕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21일 중앙약심에서 의료계가 밝힐 내용은 무엇인가
집을 지을 때 기초공사 하듯 국민 편의성에 대한 논의부터 완성하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무엇을 잃었으니 무엇을 보상하자는 식의 접근법은 옳지 않다. 이번 회의에는 가정상비약 슈퍼판매 허용을 위한 약사법 개정 사안만 논의할 것이다. 이 주제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회의는 없다.
신범수 기자 answer@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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