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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애주가 사랑이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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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위스키 대응 소홀로 소비자 신뢰 상실 … 낡은 이미지에도 식상

‘발렌타인’ 애주가 사랑이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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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1989년 출시된 이후 160여개 국에서 연간 6000만병이 팔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인기 순위 상위권을 항상 유지하는 브랜드.
세계 판매량의 70%가 한국에서 팔릴 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발렌타인’이다.

한마디로 위스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 브랜드다. 그런데 기세등등하게 승승장구하던 발렌타인의 최근 행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짜 대량 유통에 판매량 급감

발렌타인의 국내 판매량이 2008년 이후 3년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08년 16만4304상자(1상자=500㎖×18병)에서 2009년 12만1793상자로 전년 대비 무려 25.8%나 격감했다.


지난해에는 11만9990상자를 팔아 전년도에 비해 1.5%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페리얼, 조니워커, 윈저, 시바스 리갈 등의 브랜드가 한 자릿수 감소 추이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국내 위스키 시장이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도 두 자릿수 판매량 감소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08년 284만1155상자, 2009년 255만8131상자, 2010년 252만2925상자로 2년째 10%, 1.4%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발렌타인의 눈에 띄는 하락세는 공공연하게 위조주가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발렌타인은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브랜드 중 하나”라며 “그런데 요즘 위조주가 많이 발각되고 있어 2병 중 1병은 가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3월 경기 일산경찰서가 손님들에게 5500원짜리 값싼 양주에 차를 섞어 만든 가짜 발렌타인을 판매한 혐의로 유흥업소 주인 등 일당 3명에 구송영장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발렌타인’ 애주가 사랑이 식었다


앞서 두 달 전에는 평택세관이 중국으로부터 각종 보신 및 향락용품을 밀수입하려던 가구업체 대표를 붙잡아 관세법 위반으로 구속·수사했다. 이 중 발렌타인 17년산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언론에 노출이 안 됐을 뿐, 평택에서 2009년에도 대량의 가짜 발렌타인이 발각된 적도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한 주류 전문가는 “발렌타인의 경우 구알라 캡이 없고 일반적으로 마개 부분의 캡씰(밀봉 재료) 포장만으로 돼 있어 주사기를 활용해 짧은 시간 내에 빠르고 쉽게 위조주를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구알라 캡은 두 개의 구슬이 병 마개 안으로 들어가 있어 술을 따를 수는 있으나 재주입은 안 되도록 고안한 장치. 위조 방지를 위한 별다른 장치가 없으므로 가짜를 제조하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것.


그는 또 “언론에 보도가 거의 안 된 탓에 지금까지 발렌타인의 이미지는 불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짜 발렌타인이 암암리에 제조되고 있음을 업계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가짜 위스키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판매량 감소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2009년 발렌타인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이후 줄곧 감소세인 것도 이러한 위조주 등장의 장기적인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RFID 미부착도 가짜 부추긴 원인


‘발렌타인’ 애주가 사랑이 식었다

그동안 고가의 발렌타인보다는 국내 위스키 수요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임페리얼’과 ‘윈저’가 주로 위조의 타깃이 돼 왔다. 그러나 점점 고급 양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위조주 제조 대상도 훨씬 더 프리미엄급으로 확대되고 있다.


발렌타인이 위조하기 쉽다는 데 대해 발렌타인 수입·판매사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유호성 마케팅본부 이사는 “가짜 양주 제조업자들에게 발렌타인 병을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을 뿐더러 원가 부담도 심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또 공병을 구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발렌타인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짜가 나온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발렌타인 판매량 감소에 대한 질문에도 유 이사는 “대중적이지 않은, 고가의 브랜드라 오히려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일축했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가짜 위스키와 불법 거래 근절을 목표로 의무화한 주류 유통정보시스템(RFID)도 가짜 발렌타인을 부추긴 한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발렌타인’ 애주가 사랑이 식었다

양주의 유통 과정과 진품 여부가 담긴 전자태그를 양주에 달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윈저, 임페리얼, 스카치블루, 킹덤 등 로컬 브랜드에만 적용하고 아직 발렌타인, 조니워커와 같은 수입 브랜드에는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


국세청과 위스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출고가 기준)이다. 500㎖ 병으로 환산했을 때 6000만병에 달하는 수치다.


가짜 위스키의 정확한 시장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전체 유통량의 0.009% 수준에 불과하다. 2009년 현재 기준, 지난 6년간 해마다 적발되는 가짜 양주 제조 및 판매 적발 건수도 평균 4~5건 정도였다.


국세청 소비세과 전병오 조사관은 “RFID 시범 시행으로 지난해 가짜 양주 적발이 1~2건 정도로 눈에 띄게 줄었다”며 “2012년 전국적으로 시행되면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가짜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 체감 규모가 훨씬 크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알코올 냄새가 많이 나거나 색깔이 이상하고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가 아프면 일단 가짜가 아닌가 의심한다는 것.


하이스코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가짜 양주를 의심해봤다’고 답한 비율이 83%나 됐다. 그러나 국내 위스키 업계의 위조 방지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결국 가짜 양주가 근절되지 않고 수법을 달리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우 정교하게 카피되므로 전문가들조차 육안으로 구별해내기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이 위스키 브랜드별 위조 방지 기술 자체를 믿고 마시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디자인 리뉴얼 뒤늦은 호들갑


발렌타인의 브랜드 이미지가 이제는 노쇠화돼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7월 발렌타인의 패키지를 새롭게 리뉴얼했다. 17년, 21년, 30년 모든 제품에 대해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변경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존 라벨을 두 개로 분리해 양피지 스타일의 상단은 발렌타인의 정통성을, 하단은 샴페인 골드 컬러로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다. 또 창업주 조지 발렌타인의 서명과 심벌을 양각으로 표현했다.


로고에는 골드 컬러를 입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브론즈 컬러의 메탈 소재로 희소성을 가미했다.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가 빛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그러나 기존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변화를 꾀해 지금까지 유지해온 맛과 향, 가치는 그대로 지켜나가겠다는 의도를 강조했다.


프랭크 라뻬르 페르노리카코리아 사장은 발렌타인에 대해 패키지 변경과 함께 변치 않는 품격과 가치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퍼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판매량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리뉴얼로 인한 이미지 쇄신에 실패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해도 마켓 셰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며 “고급스럽지만 왠지 구식인 듯한 느낌이 강해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감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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