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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 비상' 100원 차이에 단골집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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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조해수 기자, 이윤재 기자, 오주연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 탓에 서민들은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은 가격이 오르지 않은 제품이 없고, 농수산물 역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공급이 달리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민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고 발품을 팔며 저려함 제품을 찾아다니지만 느는 건 한숨뿐이다.


◆ 주부들 "대형마트 5만원 가져가도 장볼게 없다"
"모유 수유도 병행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저귀랑 분유 값만 한 달에 20만원 이상씩 들어가요. 일부 분유는 할인하고 있지만 아이가 늘 먹는 분유는 행사 제외 상품이라서 어떤 걸 먹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주부 박 모(31)씨는 홈플러스 매장 분유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아이가 늘 먹는 제품은 파스퇴르유업 2단계 제품. 두 통에 5만7800원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쿠폰으로 추가 할인까지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물가가 고공으로 치솟음에 따라 소비자들은 각종 할인카드는 물론, DM쿠폰까지 챙기며 가계부 지출을 줄이는 데 혈안이 됐다. 저녁 장을 보러 대형마켓을 찾은 주부들은 한 끼 장보는 데에만 평균 5만원씩은 든다며 "돈이 돈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박 씨는 중간 크기의 수박 한 통, 참외 5개, 2.7Kg짜리 설탕, 소면 1.1Kg, 두유 1박스, 당근, 분유 2통을 구매했는데 10만 9440원이 나왔다. 쇼핑 카트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분유를 제외해도 5만원이 넘는다.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전웅재(42)씨는 "비교적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던 대형마트 푸드코트에서도 6000원 이하 메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산지에서는 오히려 소ㆍ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갔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마트나 음식점에서 구매할 때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 고물가를 절실히 체감한다"고 말했다.


저녁 장을 보러 나온 한정숙(41)씨는 "계란 한 판에 6000원이 넘는다"며 "채소 같은 경우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사고 1+1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생필품은 마트에서 산다"고 귀띔했다.


그는 "오이, 토마토, 풋고추 등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재래시장에서 떨이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며 "마트에서 한 개에 천원에 판매하는 호박은 늦은 저녁 재래시장을 찾아가면 천원에 2개 주고 오이는 천원에 5개 준다"며 "번거롭지만 더 실속있게 구매하기 위해 발품을 판다"고 전했다.


■직장인 “도시락을 싸고 말지...”
식당마다 찌개 등 점심식사로 주로 먹는 음식의 가격이 모두 올라 직장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신대방동의 한 인터넷 서버 전문 업체에 근무하는 박준희(30)씨는 "회사에서 지원되는 점심값은 하루 6000원인데, 주변 식당에서 파는 찌개 값은 최근 1000원씩 올라 7000~8000원 수준이다"며 "막상 돈을 낼 때는 몰랐는데 한 달이 지나고, 월급날이 다가 오자 통장 잔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실감난다"고 울상을 지었다.


식당 음식가격이 오르면서 편의점에 파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었다. 공덕동 한 섬유회사에 다니는 최모씨는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인근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 동난다"며 "삼감 김밥에 컵라면으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식당들의 사정도 만만치는 않다. 신림동에서 배달을 주로 하는 한 식당은 최근 음식의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주변 식당도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렸는데 '500원'만 올린 것. 주머니가 얇은 대학생, 고시생들이 500원 차이에 눈을 돌려버린 셈이다.


서민음식의 상징과도 같았던 '삼겹살'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공동에 한 삼겹살 전문점은 지난달 초 삼겹살 1인분의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최근 삼겹살 가격 급등에 가격을 더 올려야 할 상황이지만 올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구제역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은 데다 가격인상 이후에 손님이 또 줄어들어 다시 가격을 내리면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종로구의 한 보쌈집은 가격을 올리지 못해 부득불 세트당 제공하는 고기의 양을 줄였는데 손님들이 양이 예전보다 적다는 불만을 쏟아내 차라리 가격인상이 나을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가공식품 “안 오른 게 없다”
올 들어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가족 간식으로 즐겨 먹는 빵값도 올랐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 15일부터 빵 28종의 매장 권장 가격을 평균 8% 올렸다. 또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도 조만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에 앞서 국제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시작된 가격 인상 바람은 설탕과 밀가루 등 주요 소재식품에 이어 과자, 음료, 커피 등 가공식품까지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불러 일으켰다.
농심은 지난달 새우깡과 양파링, 조청 유과 등 주력 과자 제품의 가격을 지난 2008년 2월 이후 3년 만에 평균 8% 올렸다. 오리온도 포카칩ㆍ웨하스 등 13개 제품을 평균 18% 올렸으며 롯데제과도 마가레트, 빠다코코넛 등 22개 제품을 평균 8% 인상했다. 이에 앞서 4월 초에는 해태제과가 24개 제품 공급가격을 8% 수준으로 인상했다. 또 같은 달 동서식품은 커피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캔햄, 참치캔, 유제품 등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스팸을 평균 9.3% 올렸으며 대상 청정원도 우리팜, 우리팜 아이사랑 등 2개 제품 가격을 9.5% 올렸다. 동원F&B는 지난 16일부터 델큐브 참치와 비빔참치를 제외한 살코기 및 가미캔 제품을, 사조산업은 참치캔 15개 전 품목을 평균 9% 인상했다. 또 빙그레는 지난달 말 주요 편의점에 공급하는 바나나맛 우유를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요플레를 750원에서 800원으로 올렸다.


■농수산물 “너 마저...”
농수산물 가격도 크게 오르며 서민들의 지갑을 얇게 했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돼지고기, 고등어,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구제역 여파로 지난해에만 330만 마리, 전체 사육 돼지의 30%가 살처분되면서 돼지고기 공급 물량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삼겹살ㆍ목살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70% 이상 급등했다.


16일 농협유통에 따르면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삼겹살 가격은 3180원(100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20원에 비해 75% 올랐다.


목살도 3120원(100g)으로 지난해의 1790원보다 74% 뛰었다. 삼겹살과 목살 가격은 여름을 맞아 계절적 수요까지 겹쳐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고등어도 '서민 생선'이라는 간판을 내린 지 오래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이번달 셋째주 서울기준 고등어 가격은 5470원(30cm)으로 전년대비 29% 가량 상승했다. 국내 연근해의 고등어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일본산 수입물량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민 영양식' 계란은 지난해 6월 1630원대(10개)에서 이번주 2600원으로 30%이상 올랐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가 약 190만마리 매몰 처분 되면서 계란 공급이 크게 감소한 여파다.


여름철 국민 과일인 수박도 지난해 닥친 '배추파동' 탓에 가격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 배춧값이 폭등, 많은 농가가 수박 대신 배추 재배를 선호하면서 수박 출하량이 평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16일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거래된 7kg 수박 가격은 지난해 1만2900원보다 7000이나 오른 1만9900원을 나타냈다.


이밖에 올 추석 선물용 과일ㆍ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결혼한 김미경(29) 씨는 "이번 추석은 결혼한 후 첫 명절이라 양가 친지들에게 인사를 가야하는데 물가가 계속 올라 선물 마련이 걱정이다"면서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대보다 부담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조해수 기자 chs900@
이윤재 기자 gal-run@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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