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 정치인들, 포퓰리즘 가면 벗어라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뷰앤비전] 정치인들, 포퓰리즘 가면 벗어라
AD

[아시아경제 강신업 액스앤로 볍률사무소 대표변호사]요즘 정치인들이 벌이는 포퓰리즘 경쟁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아니면 말고 식'인 야당은 물론이고 이제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조차 '표만 얻으면 그만이다'는 식으로 무작정 인기에 영합하는 형국이다.


지난 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 때문에 표를 잃었다고 믿는 여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에서 야당과 표(票) 포퓰리즘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상은 마치 만화 같다. 교수 월급은 한 푼도 깎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대학들의 방만한 경영은 그대로 둔 채, 도대체 어떻게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은 내린 등록금의 절반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들에게는 그로 인해 생길 부작용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모름지기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은 말과 행동이 신중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안은 물론이려니와 정책이 끼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내뱉은 말은 당근이 아니라 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위정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 말도 사실은 인기영합주의를 경계하고 지속가능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교육정책이나 복지정책은 일단 시행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고, 되돌리게 되면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시행해야 한다. 전면 시행에 앞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살펴 단계적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려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예산은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곳에 집행돼야 한다. 윗돌 빼서 아랫돌 고이는 식의 땜질 처방을 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이 등골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군말 없이 세금으로 내놓는 것은 그 돈이 필요한 곳에 합리적으로 쓰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피 같은 돈이 정치인들 생색내는 곳에 쓰이길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등록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면 그것은 꼬박꼬박 돈 벌어 세금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그것은 또한 실업계나 전문계고를 졸업하고 직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많은 젊은이들에 대한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하루빨리 위선의 가면을 벗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위선은 포퓰리즘을 낳고, 이것은 다시 의회주의의 근간인 다수결 주의를 위협한다. 인기영합 주의가 판치게 되면 다수결의 원칙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표 포퓰리즘은 겉으로는 다수의 견해를 따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침묵하는 다수가 아닌 시끄러운 소수의 견해에 끌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값 등록금을 찬성하는 시류가 강하다 하더라도 정치인들은 이쯤에서 플라톤이 말한 '중우정치'의 위험성을 고찰해 보아야 한다. 플라톤은 민주제가 상황에 적합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결여했을 때는 '다수의 폭민(暴民)에 의한 정치'가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이를 경계한 바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소신있는 현명한 정치인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행보를 계속할 경우, 머지않아 대한민국은 단물이 다 빠진 쭉정이만 남게 될 것이다. 그 경우 우리의 후손들은 복지의 혜택은커녕 의식주 해결도 어려운 후진국에 살게 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모름지기 후손의 평가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강신업 액스앤로 볍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