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14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구글 간담회장.
도우미의 부축을 받은 한 시각장애인이 연단에 등장했다. 구글에서 웹 접근성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 과학자 티브이 라만(T.V. Raman) 박사였다.
"크롬북에서 음성 지원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죠." 그가 말하자 그가 이끄는 연구팀의 찰스 쳉 연구원이 크롬북을 켰다. 크롬북을 여는 순간부터 모든 진행과정이 음성으로 안내된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켜자 현재 창의 주소를 또박또박 읽어 준다. 'seoul'과 'wether'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봤다. "서울, 섭씨 29도..." 검색어 단어 하나하나는 물론 검색 결과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이미 같은 기술이 탑재돼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자 "화면 꺼짐, 배터리 70%"라고 알려준다. 문자함을 터치하면 '메시지', 사진보관함을 터치하면 '이미지'라고 말해준다.
라만 박사는 웹 접근성 기술을 "모든 사람에 자유롭게 웹에 접속해 정보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요약했다. "사람은 다 각자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능력의 범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웹 접근성 기술은 정보를 이용할 때 이용자들의 능력이 닿지 않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입니다."
웹 접근성 기술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종국에는 일반인들도 혜택을 누린다. 라만 박사는 "청각장애자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지원하는데, 이는 곧 자막 형태의 텍스트 정보가 생기는 셈"이라며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로 검색해 동영상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막을 번역해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제가 지금 영어로 얘기하고 있죠? 이걸 영상으로 찍어 올린 다음에 자막을 달고, 그 자막을 한국어로 번역해 보면 통역이 없어도 무슨 얘긴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언어로 인한 정보 접근 제한 역시 사라지는 셈이다.
웹 접근성 기술 연구에 투신하게 된 라만 박사의 사연은 특별하다. 그는 14살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시력을 잃었다. 인도 공과대학교와 코넬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웹 접근성 문제로 다가갔다. "코넬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늘 똑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단 것이었죠. 교과서와 교재를 누군가가 읽어줘야 했고, 아니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형태로 바꿔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도 책으로 나온 교과서 내용을 '토킹북'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했어요."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걸 배울 때 똑같은 난관에 부딪히겠지만, 내가 개발한 기술로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가족, 친구 등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본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