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김달중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회동)을 공식 제안함에 따라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지 주목된다.
손 대표는 회동을 제안하면서 "반값 등록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물가, 일자리, 전월세, 저축은행 부실, 한없이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도 큰 일"이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인해 이익균형이 깨진 문제도 논의해야 하고, 갈수록 악화돼가는 노사분규도 이렇게 둬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의제를 '민생'에 맞춘 것.
청와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늘 정치권에 대해 열려있다"며 "민생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접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발언은 손 대표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이같은 보고를 받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또 "(민주당과) 의제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부분이 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손 대표의 말씀만 나와 있지, 이에 대한 논의가 안돼 있어 양측이 접근을 해보면 (양측의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지난 2월 회동을 추진하다 불발로 끝난 만큼 이번에는 보다 열린 자세로 회동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표현 대신 '열려있다'는 표현을 쓴 것은 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3·1절 기념식에서 손 대표를 만나 "언제 한 번 보자"고 했고, 손 대표는 "네"라고 대답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내가 손학규 대표를 잘 모셔야지"라며 케이크를 건넸고, 이어 "아침식사를 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두 분이 과거부터 가까운 사이 아닙니까"라고 웃으며 말하자, 이 대통령은 "정치만 안했으면 되게 친했을텐데 마음에 없는 얘기도 하고 그래서..."라며 두 사람이 좋은 관계임에도 현실적 거리감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당시 이 대통령의 제안에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통 크게 국민에게 (정부 예산안 및 부수법안) 날치기와 민간인 사찰이 잘못됐다고 사과 한 번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혀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손 대표는 이후에도 "그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밥 먹고 사진 찍고 영수회담을 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형식적인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만나느냐가 이번 회동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하자는 것이고, 그 시급성은 대통령과 청와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 입장은 분명하지만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야당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은 그동안 여·야간 경색 국면에서 정국현안을 푸는 돌파구로 활용됐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열 차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일곱 차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네 차례 열렸다. 이 대통령은 2008년 5월 손학규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대표시절과 4개월 뒤인 정세균 대표시절 등 모두 두 차례 야당 대표를 만났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2008년 영수회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놓고 여야간 극한 대립을 풀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끝났다.
조영주 기자 yjcho@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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