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3일 반값 등록금 문제 등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 제안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민생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담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금 국민들이 아파하면서 민생을 돌보라고 외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지금 우리 사회, 우리 국민에게 닥친 삶의 위기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영수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나라의 어려움을 앞에 놓고 흉금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기 원한다"며 "이번 만남이 삶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만나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적인 만남보다는 국민을 위한 결단에 합의하는 내용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의제에 대해선 "반값 등록금만이 문제가 아니라 물가, 일자리, 전월세, 저축은행 부실, 한없이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도 큰 일"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인해 이익균형이 깨진 문제도 논의해야 하고 갈수록 악화돼가는 노사분규도 이렇게 둬서는 안 된다"고 포괄적인 민생현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영수회담은 그동안 여야 간 경색 국면에서 정국현안을 푸는 돌파구로 활용됐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10차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7차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4차례 열렸다.
이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만나 정국 해법을 논의하는 영수회담을 진행한 것은 2008년 5월 손학규 통합민주당(현 민주당) 대표시절과 4개월 뒤인 정세균 대표시절 등 모두 2차례다.
모든 영수회담이 성과를 거뒀던 것은 아니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처리' 이후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을 때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만나 사태를 수습했고, 2000년에는 의약분업 파동을 겪던 김대중 대통령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만나 법 개정에 합의점을 찾은 것은 성과를 거둔 회담으로 평가를 받았다.
반면, 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만난 영수회담은 상호 불신을 가중시켰던 사례로 꼽힌다. 또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대연정'을 제안했다 오히려 정치권이 후폭풍에 휩싸인 것은 실패한 영수회담의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2008년 영수회담도 성과 없이 끝난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당시, 양측은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끝냈다.
또 이 대통령이 2011년 3ㆍ1절 기념식장에서 제안한 영수회담은 진행되지 못한 채 결렬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언제 한 번 보자'고 제안했고,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통 크게 국민에게 (정부 예산안 및 부수법안) 날치기와 민간인 사찰이 잘못됐다고 사과 한 번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혀 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손 대표는 이후에도 "그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밥 먹고 사진 찍고 영수회담을 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형식적인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손 대표도 올해 초 영수회담 결렬을 의식한 듯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하자는 것이고, 그 시급성은 대통령과 청와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 입장은 분명하지만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야당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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