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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시장 상인들을 대학생으로 바꾼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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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시장 상인들을 대학생으로 바꾼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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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발산동 송화시장 속의 '상인대학' 4년
43명 경영수업중..생기 잃은 전통시장 새바람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송화골목시장. 8일 아침부터 시장에 나와 고객을 맞이하던 상인들이 오후 1시쯤 되자 한두명씩 자리를 빠져나왔다. 심지어 가게 문까지 닫고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한창 바쁠 시간에 장사를 마다할 만큼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이들은 시장 한 켠에 위치한 건물 지하로 속속 들어갔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상인대학 43명 새로운 혁신 도전= 이들이 바쁜 걸음으로 달려 와 찾은 곳은 '상인대학'이다. 정부가 경영마인드를 갖춘 선진 상인을 육성하기 위해 2006년부터 운영하는 교실로, 송화골목시장 상인대학은 2007년에 처음 개설됐다.


현재 이 시장의 상인대학에 입학한 상인은 총 43명이다. 2기 수강생들로 지난달 초부터 일주일에 3일간 1시간 30분씩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시장에서 25년간 장사를 해 온 김위하(48ㆍ여)씨는 주변 상인 5명을 설득해 상인대학에 들어오게 할 정도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근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이 늘어나면서 여러 번 업종도 바꾸고 자신감도 잃었던 그에게 새로운 희망과 웃음을 찾아준 곳이 상인대학이다.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의욕도 상실하던 때에 남편이 상인대학을 추천했습니다. 가보면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했죠. 그 말에 반신반의하며 수업을 듣게 됐는데 갈수록 변화하는 제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활짝 웃으면서 고객들을 대하고 있더라고요. 그 덕분에 자신감도 되찾고 장사도 더 잘 되고 있습니다."


◆ 시설현대화에 앞서 '의식변화'가 필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시설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상인들의 의식변화다.


송화골목시장 상인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넘친다. 이날 상인대학 수업 중에 강사가 "요즘 이 시장 인근의 대형마트나 SSM이 장사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자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요. 영향 없습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이들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다.


곽의택 책임교수는 "상인들이 의식변화에 꼭 필요한 창조경영, 마케팅, 긍정적 리더십, 고객관리 등을 교육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일반 장사꾼에서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가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 장사 못해도 수업에는 반드시 참석= 시장에서 7년동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승(46ㆍ남)씨도 상인대학에 푹 빠졌다. 수업을 듣게 될수록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씨 가게의 주 메뉴는 함흥냉면과 메밀짜장이다. 이씨가 자리를 비우면 면을 뽑아낼 사람이 없다. 장사를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상인대학 수업을 위해서라면 일손을 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업 첫 시간에 우리는 '앵벌이'로 표현됐습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물건 팔고 돈 벌고를 반복하는 단순한 장사꾼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죠.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날부터 손님들에게 물건 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가치를 팔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났죠."


이씨는 요즘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업가로 변신 중이다.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감을 높이는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당연히 그의 가게를 찾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상인대학은 송화골목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상인들의 의식변화에 힘입어 전국 전통시장 1517개를 대상으로 한 활성화수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대통령 표창, 원산지 가격표시 우수시장 등의 영예까지 안았다.


김은영 상인회 회장은 "1974년에 시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수레에 물건을 담아 팔고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장사를 할 만큼 열악했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했다"며 "특히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통해 대형마트나 SSM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과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조성됐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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