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정신 결여에 코스 길어지고, 외국선수들 경쟁력까지 '삼중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한국낭자군'의 우승사냥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벌써 9개 대회를 치렀지만 아직도 승전보가 없다. 지난해 이맘 때 서희경(25ㆍ하이트)과 박세리(34), 유선영(25) 등이 3승을 수확했던 점과 비교하면 총체적인 난조다.
루키들의 '깜짝 우승'도 사라졌다. 세계랭킹 1위로 출발한 신지애(23ㆍ미래에셋ㆍ사진)와 상금퀸 최나연(24ㆍSK텔레콤)의 존재감도 크게 떨어졌다.
신지애는 특히 LPGA투어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 유럽과 일본에서도 각각 준우승 1차례씩을 더하며 우승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 호사가들은 그러자 '헝그리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지애의 경우 실제 미래에셋과 매년 10억원씩 5년간 장기계약에 성공했고, 인센티브가 연간 최대 5억원에 육박한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여자골프에 오히려 거약의 스폰서가 따라붙는 독특한 국내 실정상 1승만 해도 두둑한 수입이 보장된다. 대다수 선수들이 이제는 투어 비용 때문에 배고프고 고달팠던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길어지는 코스도 걸림돌이다. 지난주 숍라이트LPGA클래식이 열린 시뷰돌체골프장은 6150야드였지만 파71로 조성됐다. 신지애는 막판 우승 경쟁에서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지애는 마지막 18번홀(파5ㆍ501야드)에서 우드 샷으로도 '2온'이 불가능했던 반면 린시컴은 두번째 샷으로 가볍게 그린 근처로 볼을 보내 러프에서도 볼을 홀에 붙여 우승버디를 솎아냈다.
미국 선수들이 예전과 달리 치열한 연습에 몰두하는 것도 원인이다. 양자령(15)의 부친이자 웅진골프단을 맡고 있는 양길수 단장은 "한국 선수들이 연습벌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국 선수들도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토대로 연습량을 크게 늘렸다"면서 "체격 조건이 뛰어나 습득 속도도 빠르다"고 분석했다. 예전처럼 승수를 쌓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다.
신지애와 최나연은 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일이노이주 스프링필드 팬터크릭골프장(파72ㆍ6746야드)에서 개막하는 LPGA스테이트팜클래식(총상금 170만 달러)에서 다시 한 번 시즌 첫 승에 도전한다. 2주 후 LPGA의 두번째 메이저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을 앞두고 있어 컨디션 조절도 과제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가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크리스티 커(미국)는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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