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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한국의 재벌, 생존하려면 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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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한국의 재벌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삼성·현대 등 한국 경제의 중추인 ‘재벌’들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구조로 성장을 구가했던 한국의 재벌들이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거대자본과 혈연(血緣)기반 지배구조가 특징인 한국의 재벌들이 세계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와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대기업들은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서 오히려 약진했고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의 상대적 약세에 힘입어 일본의 수출업체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는 2009년 휴렛패커드를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전자업체가 됐으며 현대자동차는 기아와 함께 세계 5위 자동차메이커로 부상했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들은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큰 폭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삼성의 경우 약 210억달러를 들여 헬스케어·바이오시밀러 등 제약 분야로 그룹 주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LG전자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 생산을 넘어 하수고도처리공법 같은 친환경 신기술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룽성·양지장 등 중국 조선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양시추설비,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아시아지역 후발주자들과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제품의 고급 브랜드화, 세련된 광고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해외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컨슈머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스폰서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부다.


그러나 재벌들의 이같은 변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족벌경영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거침없이 성장했던 한국 재벌들이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쓴맛’을 보았고 대우나 쌍용그룹 등은 무너지기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식 재벌 시스템의 종말을 예견하기도 했다. 국가 주도형 성장 드라이브 아래 형성된 제조업 중심 기업집단 구조는 새로운 산업분야에서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FT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 재벌들은 고질적 문제였던 불투명한 기업구조를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업 세습 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전문경영인 제도가 자리잡는 등 투명성을 확보했고 탈세나 회계부정 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옛날보다 훨씬 강도 높은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이같은 한국 재벌들의 영역 확장은 때로는 ‘강박감’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재벌들이 제조업을 굳이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션 코크란 CLSA 애널리스트는 “철강과 조선은 이미 세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분야는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 돕스 매킨지 디렉터는 “지금까지 한국의 재벌은 공산품으로 주로 해외에 알려져 왔지만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진 서비스부문으로의 단계적 이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재벌들의 건설업체들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발전소·병원·정유소 등 기반시설 건설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앞으로는 이들 기반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유지보수 등 서비스 계약을 수주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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