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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사랑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30초

몇몇 장르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드라마에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그 무대가 병원이든, 법정이든, 식당이든, 그들은 거의 대부분 연애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드라마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는 멜로다. 하지만 최근 MBC <내 마음이 들리니>의 차동주(김재원)와 봉마루(남궁민), SBS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현기준(강지환), 현상희(성준)처럼, 남주와 여주 사이의 화학작용보다 오히려 남주와 서브 남주 사이의 관계가 훨씬 애틋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형제, 혹은 유사 형제가 보여주는 독특한 유대감과 친밀함. 이것은 동성애적인 코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마초적인 느낌의 땀 냄새 나는 우정과도 다르다. 최근 시청자들이 만나게 된, 이 훈훈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순간들이 우리를 설레게 했는지 복기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앞서 말한 두 커플에, 최근 시즌 6까지 끝낸 <수퍼내추럴>의 윈체스터 형제까지 더해 사랑보다 매력적인 형제애를 탐구해본다.


형제는,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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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 번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현기준, 현상희

잠에서 깬 현기준이 비어있는 침대 옆자리를 보며 황급히 찾은 건, 5급 공무원 공아정(윤은혜)도, 과거의 연인 오윤주(조윤희)도 아닌 동생 현상희다. 현상희는 “어떤 여자도 현기준 안에 있는 오윤주는 못 건드려”라고 했지만 그 오윤주를 포기했던 건 바로 상희 때문이었다. 술 먹고 들어와 초등학교 때부터 윤주를 좋아했다며 “왜, 윤주가 형수여야 하는데!”라고 징징대고 사라진 동생 때문에 사랑하는 이와의 파혼까지 감수하고, 그러고서 몇 년 만에 돌아온 동생을 기꺼이 맞아주며 밤새 술도 같이 마시는 형이라니. 루머 퍼뜨렸다고 아정을 고소하려 하고, 일을 똑바로 못하면 비서에게 버럭 성질을 내는 기준이지만 동생에게만큼은 정말 모든 걸 다 준다. 남의 결혼 ‘파토’ 내놓고 이제 와서 “왜 내 핑계 대고 윤주 상처 주는데?” 따위의 망언을 늘어놓는 동생 따위 오리 보트에 태워 동해 바다로 떠내려 보내면 좋으련만 그 와중에도 기준은 자기 사랑보다 동생 상처를 걱정한다. 티 안 내지만 그런 형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한 게 또한 상희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가장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장면은 뜬금없는 아정과 기준의 콜라 샤워가 아닌, 잔디에서 장난치며 뒹구는 형제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기준과 상희가 콜라 샤워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견고한 우애 하지만 수신고등학교에 갇힌다면 어떻게 될까.
땡깡 부리는 동생에게 형 화나면 엄청 까칠하다.
<#10_LINE#>

형제는, 사랑했다

아름다운 투 샷은 지구도 지킨다
<수퍼내추럴>의 딘과 샘

아버지는 말했다. 동생을 끝까지 지키라고. 하지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동생을 악마로부터 지킬 수 없게 됐을 땐 동생을 죽이라고. 어머니도 아버지도 악마에게 잃고, 괴물들을 잡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윈체스터 형제에게 서로는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딘은 하나뿐인 동생 샘이 악마의 능력을 각성하는 걸 막느라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걱정의 스케일은 시즌이 지날수록 커져, 시즌 1, 2에는 노란 눈의 악마가 샘을 노리더니, 시즌 4에서는 샘이 루시퍼의 봉인을 푸는 역할을 하고, 시즌 5에서는 아예 샘이 루시퍼의 재림을 위한 그릇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샘을 지키는 건, 세상을 지키는 것과 동의어다. 하지만 그들이 이토록 무거운 운명을 감내하기에, 우리는 언제나 형제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렁그렁한 눈빛을 볼 수 있다. 시즌 5 피날레에서 루시퍼에 빙의된 샘이 자신을 죽도록 때리는 순간에도 자신은 괜찮다고 오히려 샘을 위로하고, 이에 샘이 정신을 차리던 장면은, 아마겟돈이고 뭐고 상관없이, 형제의 훈훈한 투 샷은 지구도 구한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니 팬들이 조금 비뚤어진 상상을 하더라도 형제들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게 다, 지구를 위해서다.


영원한 단짝 하지만 캐스티엘이 출동하면 어떨까.
샘의 마음 형이 다람쥐라면 내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어. 잇힝.
<#10_LINE#>

형제는, 사랑했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내 마음이 들리니>의 차동주, 봉마루

동주가 마루에게 말했다. “뭐야, 그 눈빛? 나 사랑하냐?” 침대에서. 그리고 마루도 동주에게 말했다. “왜, 왜, 손 잡아줘? 너 나 사랑하냐?” 역시 침대에서.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두 사람이 ‘사랑’하는 건 봉우리이고,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핏줄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진한 형제애다. 처음으로 얻었던 어머니를 최진철 때문에 잃었던 마루는 자신을 거둬준 태현숙과 그 아들 동주에게 피의 서약과도 같은 충성을 다짐했고, 동주 역시 외할아버지의 호흡기를 땠던 새아버지 최진철에 대한 복수의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로 마루를 선택했다. 청각 장애가 있는 동주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마루의 모습은 키다리 아저씨의 그것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너를 지켜주겠다는 애틋한 눈빛과 ‘나밈마믿’의 신뢰의 눈빛이 마주칠 때, 알렉스가 소환되더라도, 콩주머니를 살려달라는 동주와 그걸 받아주는 마루의 투 샷이 독고진과 구애정만큼 사랑스럽더라도, 서로의 신념이 틀어져 어긋난 길을 걷는 순간에도 흔들리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라도, 오해하지 말자. 다만, 동주에게 이거 하나만 묻고 싶다. 샤워기로 마루의 옷을 흠뻑 적셨던 거, 정말 장난일 뿐이었니?


리빙 포인트 잘 때는 긴팔 티셔츠 입지 않기. 더우니까.
같이 마시면 좋을 술 아련한 동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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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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