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섭 삼성重 상무, 5년 간 결혼식 인기맨 된 까닭은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매년 봄, 가을이면 주말마다 양복차림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조선인(造船人)'이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의장팀을 이끌고 있는 김효섭 상무(55)가 바로 그 주인공.
2006년 회사 후배의 부탁으로 첫 주례를 선 후, 잇따르는 직원들의 요청에 기쁜 마음으로 응하다보니 어느덧 회사 내에서 '주례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유명인사도, 전문 주례사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직원들의 주례를 선 것만 50여차례 이상. 특히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에는 주말 일정을 따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게 그의 '즐거운 투정'이다.
매년 10여차례 이상 주례를 맡다보니 나름 노하우도 늘었다. 결혼식 전 신랑·신부를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하며 철저한 학습시간도 갖는다. 혼주 가족관계, 양가 문화 차이는 우선적으로 꼭 파악하는 사항이다. 김 상무는 “신랑·신부의 자랑거리와 연애 에피소드를 듣고 이를 메모해뒀다 주례 때 꼭 언급하기도 한다”며 “하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귀띔했다.
초보 사회자들의 실수를 덮어줄 만큼 여유도 생겼다. 한번은 사회자가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낭독 등을 빼먹은 채 주례사를 듣겠다고 말하자, 김 상무가 기지를 발휘해 결혼식장에 웃음꽃이 핀 적도 있다.
“사회자는 신랑·신부가 빨리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은데 주례 입장에서 혼인서약은 받아야겠다”며 자연스럽게 진행을 돌린 것이다. “긴장한 탓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첫 주례 당시와는 천양지차다.
특히 그는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할 때면 늘 신랑· 신부가 서로 마주 서서 보도록 한다. 여기에는 “예쁜 모습을 서로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김 상무만의 배려가 녹아 있다.
첫 주례를 섰던 부부가 지금까지 예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흐뭇해진다는 그는 “두 사람의 부모라는 마음으로 늘 주례를 선다”며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제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김 상무가 양복을 입는 날은 흔치 않다. 결혼행진곡이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5월이 그가 양복을 가장 많이 입는 달인 셈이다. 주례를 서는 그를 위해 아내는 매번 양복, 구두준비는 물론 머리손질과 격려의 말도 빼먹지 않는다고.
김 상무는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직원들의 주례 부탁은 계속 들어주고 싶다”며 “주례는 실력보다 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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