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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총재 출마' 이인표 "프로농구,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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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총재 출마' 이인표 "프로농구,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인터뷰) 이인표KBL 패밀리 회장/이재문기자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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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프로농구라는 '상품'을 잘 포장해야 손님들이 사가는데, 자꾸 포장이 뜯기고 훼손되니까 안팔리는 겁니다. 한 경기, 한 경기 좋은 물건으로 만들 수 있는데 말이죠.."

사상 첫 프로농구 KBL 총재 경선에 출마한 이인표(68) KBL패밀리 회장은 안타까운 심경부터 토로했다. 오랜 산통을 겪은 끝에 낳은 귀한 자식이 이렇다할 관심도, 사랑도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같은 느낌일까.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프로농구가 다시금 '겨울스포츠의 꽃'으로서 예전의 명성과 인기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인표 회장은 27일 오후 스포츠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프로농구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인표 회장은 1983년 농구대잔치와 1997년 프로농구를 출범시킨 산파이자 한국 농구의 산증인이다. 특히 실업팀 삼성농구단 단장 시절 아마추어 농구인들을 2년 넘게 설득해 출범시킨 프로농구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특히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 구단 단장(삼성, 코리아텐더), KBL 경기위원장과 재정위원장 등 구단과 연맹에서 다양한 경험과 실무를 익혔다.


한때 프로야구, 프로축구 인기를 넘볼 만큼 국내 '빅3' 프로스포츠의 위용을 과시했던 프로농구는 그러나 전육 현 총재가 취임한 뒤 공중파 TV 중계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고 관중수마저 뚝 떨어졌다. 스타플레이어는 실종됐고, 팬들을 감동시킬 스토리도 찾아볼 수 없다. 구단들은 성적에만 급급한 채 큰 그림을 외면했고 KBL도 수수방관했다. 이제 겨울스포츠 왕좌의 자리를 프로배구에 내주는 처지가 됐다.


이인표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건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프로농구가 어느 순간 공중파 TV 중계에서 보기 힘들더니 이젠 아예 스포츠뉴스에도 안나오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전육 현 총재가 지난 3년간 잘 하신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농구 붐이 크게 떨어졌다는 데 모든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각종 수치도 이를 증명하고요. 이번 기회에 재조명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등을 돌린 팬들을 다시 끌어모으는 데는 수 년이 걸립니다. 더이상 떠나는 팬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선 안됩니다."


프로농구 출범 시절 직접 길거리로 나가 어깨에 경기 홍보 띠를 두르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팬들을 불러모았던 이 회장은 팔짱끼고 앉아서 팬들이 오기를 바라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 때 이 회장과 같이 거리에서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던 이들이 전창진 KT 감독(당시 삼성 주무), 이성훈 삼성 단장(당시 삼성 사무국장) 등이었다.


이인표 회장은 "몸을 던져가면서 일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농구팬, 농구인의 입장에서 전육 현 총재를 비롯한 경쟁자들에게 프로농구를 위해 몸을 던져 뜨겁게 일할 준비가 됐는지 다그치는 느낌이었다.


"스포츠마케팅은 무조건 뛰어야 합니다. 몸으로 부딪쳐야 해요. 그 가운데서도 총재가 앞장서서 뛰어야 합니다. 처음 프로농구 출범할 때는 거리에 나가 시민들을 만나는 건 물론 방송사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했어요. 프로농구를 살리겠다는 그런 열정적인 자세가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같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해요."


이 회장은 한 때 국내 1,2위의 두 대기업이 서로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를 하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전 시즌 챔피언팀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떠안는 현 시스템을 안타까워 한다. 한때 35억원으로 치솟았던 스폰서 금액은 지난시즌 2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구단 운영비가 연간 100억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현재 프로농구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농구팀으로 큰 홍보효과를 보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기업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죠. 돈은 돈대로 쓰면서 자산적 가치가 떨어지고 홍보 효과를 보지 못하면 팀을 운영하기 싫은 게 당연합니다. 이걸 KBL에서 해줘야 해요. 명문 구단을 만들고 스타를 만들어서 100억원이 들어가는 팀을 500억, 700억짜리 팀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구단과 KBL이 같이 힘을 합쳐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KBL총재 출마' 이인표 "프로농구,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인터뷰) 이인표KBL 패밀리 회장/이재문기자moon@


전육 총재가 경선(6월1일)을 코앞에 두고 '유권자'인 프로농구 단장들과 일주일 간 유럽출장을 가면서 불공정 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인표 회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일정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것이라고 하니 어쩔 수 있나요. 다만 구단 단장들이 귀국하고 사흘 만에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게 좀 아쉽죠. 단장들을 만나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죠. 전육 총재가 6월말로 경선일자를 늦춰주는 배려를 해주시면 좋겠지만요...(KBL 정관에 따르면 후임 총재의 선출은 임기만료 2개월 전(6월말)까지 하면 된다) 누군가는 그러대요. 경선에 나서려면 소위 '줄'을 대야하는데 그런 게 있냐고.(웃음) 제가 '빽'이 어디있습니까.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것, 프로농구를 위해 열정을 바치겠다는 마음을 설명하면 되는 겁니다."


이인표 회장이 26일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6월 1일 열릴 KBL 총재 경선은 전육 현 KBL 총재와 한선교 의원(한나라당), 이 회장의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경선 절차와 방법은 논의되지 않았다.


"선후배들이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와 힘이 되고 책임감도 느낀다"는 이인표 회장은 "이번 총재 경선도 KBL이 새롭게 도약하고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 팬들을 만나고 미디어와 호흡하면서 열심히 뛰었던, 그 때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열정이라면 우리 프로농구, 다시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신있습니다."


◇이인표 후보는..


KBL 총재 경선 후보 가운데 유일한 선수 출신인 이인표 회장은 신동파와 함께 1960~70년대 한국 남자 농구를 대표한 간판 스타다. 1962년부터 1971년까지 대표팀에서 뛰며 1969년 ABC 대회와 1970년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우승의 주역이 됐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 출전했고 이후 삼성 남녀팀과 남자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다.


1982년 농구협회 농구대잔치 창설위원, 1996년부터 KBL 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1983년 농구대잔치와 1997년 프로농구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다. 삼성과 코리아텐더 단장, KBL 경기위원장과 재정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구단과 연맹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인표 후보가 회장으로 있는 KBL 패밀리는 프로농구 전직 단장과 코칭스태프, 선수 등이 모여 만든 단체로 현재 약 300명이 회원으로 있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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