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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항서 "천수와는 화해가 필요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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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항서 "천수와는 화해가 필요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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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박항서는 우여곡절이 많은 지도자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지도자 경력에 정점을 찍었지만 2002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에 그쳤다. 그 과정에서 국내 지도자의 권익을 두고 대한축구협회와도 갈등을 일으킨 끝에 2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K리그에선 후배인 최순호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하며 '서열파괴'를 주도했다.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를 맡아 차례로 6강 플레이오프에도 올리며 지도자로서의 역량도 과시했다. 반면에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고, 2009년 '이천수 사태'도 겪는 등 마음고생도 심하게 했다. 그 가운데 굳어졌던 '강성'이란 이미지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를 깨뜨리고 싶던 마음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그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전남과의 계약이 1년 남았음에도 자진 사퇴했다. 파란만장했던 지도자 생활에 잠시 쉼표를 주고 싶었다. 25일 브라질 상파울루로 축구연수를 떠나기에 앞서 그를 만나 지난 축구 인생과 꿈, 그리고 진지한 축구사랑을 듣고 싶었다.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해 K리그 현장에서 만나고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박항서(이하 박) 몇 년간 쉼 없이 달려왔는데 등산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편하게 쉬었다. 집에만 있으니 할 일이 없었다(웃음).


스투 브라질로 연수를 간다고 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P급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해 유학을 가는 셈이다. 두 달 정도 브라질에서 남미 축구를 공부하고, 9월에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2주간 P급 지도자 연수를 받는다. 그게 가장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래더라. 이후 그곳에서 머물며 유럽 축구를 공부할 계획이다.


스투 예전 얘기부터 꺼내보자. 2002 한일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이후 공백기를 거친 뒤 후배인 최순호 전 감독이 이끌던 포항에 수석코치로 들어갔었다. 경력이 있는 지도자가 후배 밑에서 일한다는 게 당시로서는 큰 화제였는데


그때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당신 정도 경력에 굳이 후배 밑에 들어가서 일해야 하느냐'는 등 여러 말이 있었다. 그래도 최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도와달라며 내민 손을 거절할 수 없었다. 잘할 자신도 있었고.. 서열을 떠나 서로 진실하게 협력했다. 처음 1년은 성적이 안 좋아서 관두고 싶기도 했는데 오기가 생기더라. 다행히 2년째 되던 해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최 감독이 그만두면서 나도 더 이상 포항을 떠났다.


스투 이후 시민구단 경남을 맡아 팀을 정규리그 4위까지 올려놨지만 곧바로 팀을 떠났었다.


당시 모두 떠나지 말라고 했다. 성적이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숨) 그때 한 지역신문에서 나에 대한 음해가 있었다. 그로 인해 구단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그런 게 너무 진절머리가 났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당시 사장이 사퇴를 했다. 경영은 구단 책임이지만 성적은 전적으로 감독인 내 책임이다. 어느 정도 성적을 냈기 때문에 남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게 내 팀인 것만은 아니지 않으냐. 감독과의 마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인데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수습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팬들 보기에도 죄송스럽고, 남아있으면 또 다른 잡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전남과 미리 얘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성급하고 경솔하게 결정 내렸다고 하지만 감독은 비정규직이고 계약직이다. 떠나는 게 능사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평생을 경남에 있을 수는 없지 않았겠나. 고민을 하다 경남의 새로운 시작을 돕자는 생각에서 떠나게 됐다.


◇ '트러블 메이커'의 이미지, 벗고 싶었다


[피플+] 박항서 "천수와는 화해가 필요없는 사이"


스투 이후 전남 지휘봉을 잡고 2009년에는 4강에도 올랐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하긴 했지만,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또 다시 사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경남을 거치면서 내 이미지가 '강성'으로 굳어졌었다. 마치 어느 팀에 가도 마찰을 일으키는 듯한…. 전남행이 결정되자 가족도 제발 이번에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라(웃음). 내가 '투사' 스타일은 아니다. 언변이 뛰어나거나 설득력 있다기보다는 투박하고 직설적인 부산 남자일 뿐이다. 전남 시절 그런 이미지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스투 구체적으로 어떤 걸 잃었다는 뜻인지


사실 크게 구단과 다툰 적은 없다. 다만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내가 놓친 게 너무 많았다.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돈이라면 감독에겐 전력 아니겠나. 구단이 적자라고 하면 선수를 팔아야 하고, 감독은 선수를 지키고 싶어한다. 설득을 하던 어떻게든 그 부분을 지켰어야 했는데. 내가 설득력이나 언변이 부족하다 보니 괜히 또 구단과 마찰이 생길까 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래서 70~80%는 구단에 양보했다. 그러다 보니 전력 손실을 많이 입었다. (곽)태휘도 (김)치우도 잡으려면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안일하게 대처했다. 처음엔 안 그러더니 조금씩 파고들어 오더라. 감독으로서 다른 건 양보해도 전력에 대한 건 절대 물러서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내가 전남 출신도 아니고,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좀 더 지혜롭게 했어야 했는데….


스투 결국 처음부터 잘못끼운 단추를 풀고자 그만 둔 셈인가


알다시피 지난 시즌 부진하면서 후임 감독에 대한 소문이 있지 않았나. 나도 귀가 있으니…. 그렇다고 내가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구단이 먼저 해고를 시켰겠지. 성적의 문제냐고 물어봤을 때 그렇다고 하자 나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앞의 얘기는 과정이었을 뿐 결정적인 것은 성적이었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니라 감독인 나의 책임이었다. 솔직히 내가 남은 1년 명예회복하겠다고 버틸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을 것이고, 전남에도 도움이 안 됐을거다. 지금 전남 잘 나가고 있지 않나.(웃음)


◇ 지금도 아쉬운 이천수


스투 이천수에 대한 얘기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둘 사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지금도 이천수를 생각하면 많이 아쉽나


천수에 대해선 앙금이 전혀 없다. 어떤 이들은 용서했냐고 하는데, 살다 보면 사과를 꼭 받아야 할 부분이 있지만, 형제처럼 서로 사과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지 않으냐. 돌이켜보면 나도 천수를 안아주지 못한 부분이 있고, 구단이 자존심 상하게 한 것도 있다.


스투 '0원 계약' 사태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생각해봐라. 어떻게 0원이라는 계약이 있을 수 있겠느냐.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하고 계약은 최소 1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0원은 등록이 안된다. 결국 선수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내 생각엔 사장 밑의 실무자들이 머리를 굴린 결과였던 것 같다. 그건 나도 처음부터 반대를 했다. 줄 건 다 주자고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천수는 받을 돈은 다 받아갔다. 연봉 협상은 내가 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구단이 처음 약속한 게 있는데 갑자기 안 준다고 하면 천수 입장에서도 안 오고 싶었을 것 아니냐. 천수가 구단에 섭섭했다는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물론 그것 때문 만에 떠났다고 할 순 없다.


스투 이천수를 안아주지 못했다는 부분은 어떤 뜻인지


감독이 적극적으로 구단과 얘기해 도와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처음 말했듯이 구단과의 마찰을 최소화시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계약 협상을 할 때 구단이 아니라 천수를 설득시켰다. 내가 다 책임지고 네 몫을 찾아주겠다고…. 참 미안했다.


그 후에도 사우디 갔다가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천수의 복귀 문제를 얘기한 적이 있다. 천수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안된다고 했다. 이건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 여겼다. 내가 감독이고 당시 코칭 스태프, 선수들 그대로 있는데 천수를 받아주면 나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물론 그때 팀 전력상 나도 천수가 필요했다. 그래도 얘가 돌아올 명분이 있어야 다른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지 않았겠나. 솔직히 개인적으로 천수가 나한테 달려든 건 없었다. 다만 코칭 스탭에 항명한 것이다. 분명히 천수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어차피 사우디 아라비아로 보내주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고, 포항전만 잘 뛰고 마무리하고 가라고 했는데, 그걸 안 간 거다. 작게 봉합될 수 있던 문제가 커져 버렸었다.


스투 그렇다면 이제 당신이 떠났으니 이천수가 전남으로 복귀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복귀문제가 나올 때마다 내가 떠난 뒤에 와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전남이 다시 이천수에 소송을 걸었다고 들었다. 정해성 감독 입장에서는 데려오고 싶을 텐데 난감할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천수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전혀 없다. 어떤 분은 용서했느냐고 하는데 나보다는 구단과 축구팬에게 사과해야 한다. 내가 가르친 제자고,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다. 천수를 미워하지 않는다. 축구후배로서 잘되길 바랄 뿐이다.


스투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이천수에 대한 미련이 남겼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지도자와 축구팬이 이천수의 기량을 인정하지 않는가. 아쉬운 건 똑같다. 누구나 다 그렇다. 천수가 왜 저럴까라고 말하지 않나. 나도 축구팬, 선배, 선생의 입장으로서 그런 아쉬움이 있다.


◇ 한국 축구 이야기


[피플+] 박항서 "천수와는 화해가 필요없는 사이"


스투 각급 대표팀에 몸담았던 지도자로서 최근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감독 사이의 마찰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참 예민한 문제다. 기술위원회가 선발권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 이번 상황은 기술위원회가 개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A대표팀이 올림픽대표팀보다 상급 대표팀이지만, 연령대가 겹치는 선수도 있지 않은가. A대표팀과 일정이 중복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쓰고 싶은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기술위원회가 선수를 나누자고 얘기했을 것이다. 정확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나.


스투 방금 말한 대로 대표팀 감독에게 선수 선발의 전권이 있고, 기술위원회는 중재자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기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선수를 배정한 것에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불만을 터트린 상황이다.


그런데 말이 계속 다 다르다.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와 기술위원회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가 다 다르다. 언론에서 나온 식이라면 분명 잘못된 거다. 그런데 기술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내가 내부 사정을 깊숙이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다만 더 이상 언론을 통해 노출되기보다는 빨리 당사자들끼리 정리됐으면 한다. 두 대표팀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해 중요하다.


스투 자꾸 문제가 생기니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협회에서 홍명보 감독을 밀어준다는 얘기까지 나오더라.


개인적으로 홍 감독을 좋아할 순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대표팀과 기술위원회가 어떤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빨리 수습이 돼야 한다. 모두 축구인이고 선후배 사이다. 대화해서 오해 풀고 하면 된다. 말이라는 건 많아져 봤자 자꾸 와전되고 감정적으로 될 수 있다. 감독과 기술위원회가 슬기롭게 잘 됐으면 했다. 나도 2002 아시안게임 때 그렇지 않았나. 상처밖에 더 되지 않을까 싶다.


스투 전남 시절 제자인 지동원만 보더라도 A대표팀, 올림픽,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모두 원하고 있다. K리그 지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런 상황도 난감하지 않은가?


사실 그 부분도 나와 협회가 마찰이 있었다. 지난해 지동원은 아시안게임,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모두에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중요한 대회지만 둘 다 나가면 소속팀에서는 선수를 쓸 수가 없다. 당시 K리그도 막바지였고 전남은 하위권에 있었다. 물론 지동원도 대한민국 선수고 대표팀이 부르면 가야겠지만 동시에 전남 소속 선수다. 그래서 한 대회만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다 데려갔다. 사장이 둘 다 보내주라고 하더라. 그때도 구단에게 양보했다. 그것 때문에 성적이 안 나왔다는 건 아니지만 마찰 일으키기 싫어서 물러난 것이 잘못이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구단 차원에서 좀 막아줬으면 했는데, 최종 결정자가 그러니 할 말도 없더라.


스투 사실 선수 연봉을 주는 건 클럽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대표팀에 차출되면 속상한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규정대로 하면 된다. 차출 기간 등 규정 없는 걸 만들면 안된다. 나쁘다면 좋은 식으로 고치면 되고.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홍명보 감독은 규정대로 정확히 지켜줬다. 그 부분은 인정해 줘야 한다. 동시에 소속팀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지켜져야 한다. 협회가 상급기관이지만 무조건 A매치 규정을 들어 차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친선전 등 덜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기가 있지 않겠나. 물론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럴 때는 다급한 소속팀 입장도 봐줬으면 한다.


스투 어떤 이들은 차출 문제를 두고 선수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지도자가 보기에도 그런가


그럴 수는 없다. 그건 선택이 아니다. 지동원한테 감독들 앞에 두고 선택하라면 할 수 있겠나. 선수들한테 큰 짐을 지워주는 거다. 선배나 어른들이 그런 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스투 전남은 유스가 강한 팀이다. 그런 팀 지도자 입장에서 드래프트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았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드래프트는 곧 없어지게 되어있다. 2013년부터 승강제를 안 하면 K리그도 AFC 챔피언스리그를 못 나간다. 승강제가 실시되는데 드래프트가 가능하겠나. 변칙적으로 일어나는 제도다. 물론 나는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드래프트를 잘 활용하면 자유계약과 좋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드래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많이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그 선수들을 잡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팀 당 4~5명 정도의 자유계약 쿼터를 배정하면 어떨까 싶다. 그것만 해도 70~80명이다. 50명 이상 절대 못 뽑는다. 그럼 J리그로 빠져나갈 선수 다 잡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클럽들이 나머지 다른 선수들 안 뽑는다. 그럼 자유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드래프트를 실시하는 거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발현되지 못한 선수들이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시민구단이 선수들을 뽑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스투 승강제 도입은 잘 될까. 더불어 2부리그로 떨어질 경우 팀을 해체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승강제 도입은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당장 챔피언스리그를 못 나간다는데. 그리고 시민구단은 사기업도 아니고, 강등돼서 경제성 없다고 시장 마음대로 팀을 해체할 수는 없다. 다만 기업구단이 문제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서워서 승강제 못하는 건 말도 안된다. 프로축구 28년 됐는데 아시아에서 우리만 승강제가 없다. 승강제로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 축구는... 내 인생 그 자체


[피플+] 박항서 "천수와는 화해가 필요없는 사이"


스투 30년이 넘는 축구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 내가 예상하는 그때인가.


누가 뭐래도 2002년이었다. 내 평생에 최고의 환희이자 영광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도 잊을 수 없다. 그분은 내가 지도자로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도록 껍질을 벗겨주신 분이다. 덕분에 지도자는 어떻게 팀을 관리하고 어떤 지도방법을 써야 하는지 재정립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한국 오시면 가끔 통화는 한다. 말이 안 통해서 통역을 붙여야만 가능한 게 문제지(웃음) 그때 대표팀 막내였던 박지성이 어느덧 주장에 오르고 은퇴까지 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싶더라(웃음).


스투 요즘 K리그에서 신태용, 황선홍, 최용수, 안익수 등 젊은 감독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 친구들, 특히 내가 잘 아는 후배들이 잘하니까 흐뭇하다. 한편으로는 위기의식도 느낀다. 갑자기 젊은 지도자로 넘어가니까 나 은퇴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도 한다(웃음) 어차피 감독은 경쟁관계다. 그 친구들도 많이 준비했을 것이다. 나도 따라가려면 머리만 가지고는 안 되고 그들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마치 내가 세대교체의 대상이 된 듯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가 그들보다 지도 방법이 조금 투박해서 그렇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투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브라질과 유럽으로 떠나는 부분도 있겠다.


많은 분이 이번에 유학 가는 것에 질문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두 달 브라질 있으면서 뭘 크게 배워오겠나. (웃음) 그보다는 그쪽 축구를 경험하면서 진지하게 내가 가진 우위를 갖는 경쟁력을 발견하고 싶다. 그래야만 인정받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남미가 시스템은 유럽만큼은 못하지만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런 부분을 배워보고 싶다. 좋은 팀이 훈련하는 모습도 보고, 경기도 보고, 약한 팀인데 특별하게 감독의 관리에 의해 잘하는 팀이 있다면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려 한다. 그곳에도 무언가 있지 않겠나(웃음) 또 앞으로 AFC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럽에서 공부하며 이론적으로도 다시 점검할 계획이다.


스투 박항서에게 축구란 무엇인가. 그리고 박항서의 축구는 무엇인가


박항서란 이름과 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내가 이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축구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축구밖에 모르고, 축구밖에 할 수 없다. 나도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55세다. 이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다. 기회를 갖기 위해선, 나아가 기회를 잡았을 땐 경쟁력을 갖추려고 한다. 지난 시간 실수를 반복해선 안된다.


어떤 사람들은 대표팀 감독이 꿈이라고 하는데 나는 프로팀이든, 대학팀이든, 어린 아이들을 가리키는 곳이든 상관없다. 이번 해외 연수를 통해 내가 어떤 지도자인지를 답을 찾고 싶다. 철학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거창하게는 생각 안 하고(웃음) 가끔 친구들이 내 축구 철학이나 스타일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정확히 떠오르는 정의가 없다. 그러면 그놈들이 '뭐 그런 것도 없이 하냐'고 핀잔주는데 그 땐 이렇게 말한다. "마, 나한테 축구는 인생이다. 난 축구 때문에 미치겠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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