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물가 때문에 도저히 못살겠다”
베트남 사람들이 물가상승 때문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전달에 비교해 매달 2%이상, 1년 전에 비해 20%나 올라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암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금 사재기에 ‘올인’(all-in)하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소비자 물가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5월중 전년 동기에 비해 19.78% 상승했다. 아시아 1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5월 소비자 물가는 4월 상승률(17.51%)보다 높은 것은 물론, 전월에 비해 2.21%나 오른 것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9.78%라는 것은 화폐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식료품 등 생필품 등을 사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을 더 줘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는 말과 같다.
베트남의 물가가 급등한 것은 에너지와 식품건설자재 가격 급등이 주된 이유지만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 하락이 근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식품가격은 5월 중 무려 28.34% 상승했다. 한 달 동안에 근 30%나 오른 것이다. 건설자재를 포함한 항목은 21.07% 올랐다.
인플레이션은 베트남 정부가 수출증대를 위해 동화가치를 낮춘 것이 기폭제가 됐다.베트남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2월11일 동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는데 이는 15개월 사이 무려 네 번째였다. 동화가치는 24일 1달러에 2만60동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 평가절하는 수출증대에 기여하는 반면,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것이 소비자 물가 상승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처방전을 택하고 있다.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인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금리를 14%에서 15%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서는 지난 달 29일에는 재활인율을 13%에서 14%로, 할인율을 12%에서 13%로 올렸다. 그보다 이틀 전에는 달러 예금금리 상한을 3%에서 1%로 낮췄다. 그러나 백방이 무효였다.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이러니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대출금리가 28%에 이르니 투자가 위축되고 거래가 활성화될 수 없다. 주가도 폭락했다. 베트남 주식시장의 VN지수는 24일 3.7% 나 폭락했다. 올 들어서 무려 17%나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저마다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의 가치가 없어지니 베트남 사람들이 동화를 버리고 달러화 사재기에 열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암시장이 활개를 치는 이유다.
경제성장률이 주저 앉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43%로 전분기(7.34%)보다 둔화됐다.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가운데 높은 물가가 유지되는 현상)이라는 말이 딱 맞은 형국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물가는 23%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베트남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1.75%에 맞추겠다고 생각이다. 대신 성장률 목표는 당초 7~7.5%에서 6.5%로 낮춰잡았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성장에서 물가억제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고물가와 고금리를 경제의 걸림돌로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통화가치 하락을 내버려 둔 채 금리만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구상은 물가만 자극해 베트남 국민들의 생활만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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