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지금까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을 사회에 기부한 세계 부자가 19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 19일(현지시간)자에 따르면 이는 2년 전보다 5명 많은 숫자로 19명 가운데 13명이 미국 출신이고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18명 모두 자수성가형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로 그가 세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280억 달러나 기부했다.
게이츠가 기부한 금액은 지난해 기부 랭킹 4위에서 올해 2위로 두 계단 올라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3배 이상에 이른다. 3위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80억 달러)가, 4위는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68억 달러)가 차지했다.
과거 버핏은 재산을 사후에 기부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2006년 마음을 바꿔 20년 동안 게이츠 재단에 300억 달러나 건네겠다고 발표했다. 버핏은 이후 지금까지 83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 가운데 19억 달러는 지난해 내놓은 것이다.
요즘 버핏과 게이츠는 다른 거부들에게 기부를 권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이른바 ‘기부서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레이 달리오 등 69명이 서약했다.
이번 리스트에서 좀 낯선 인물이 제임스 스타워스다. 하지만 재산 대비 기부 규모로 따질 때 가장 손 큰 사람이 뮤추얼펀드 업계의 거물 스타워스다.
그는 지난 2000년 이래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400인’ 리스트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캔자스시티 소재 스타워스의학연구소에 지금까지 재산의 95%를 기부했다. 스타워스의학연구소는 암·당뇨병·심장병과 유전의 상관관계를 주로 연구한다.
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세계 동물건강 연구소’ 건립 기금으로 최근 워싱턴 주립 대학에 건넨 2600만 달러 등 지금까지 10억 달러를 기부했다.
폴 앨런 재단은 주로 첨단 신경과학 연구에 기부한다. 앨런이 설립한 뇌연구소는 5500만 달러가 투입된 뇌의 디지털 지도를 최근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누구보다 활발하게 사회에 기부한 이가 인도 소재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업체 위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이다. 프렘지가 1억2500만 달러로 자신의 재단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그는 지난해 20억 달러 상당의 위프로 주식을 한 신탁조합에 맡겼다. 이는 앞으로 공립학교 교사 교육 및 교육과정 개발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가 교사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신설한 아짐 프렘지 대학은 오는 7월 공식 출범한다.
이번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세계 최고 부자인 멕시코의 억만장자 카를로스 슬림 엘루다.
그는 지난해 포브스가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컨퍼런스’에 참가한 가운데 “수조 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해봐야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 중 해결될 것은 전혀 없다”고 콧방귀 뀐 바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주 뒤에는 게이츠와 버핏의 기부서약운동을 두고 “흥미로운 아이디어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말한 그가 지금까지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40억 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주로 자신의 지분에서 비롯된 배당금이다. 그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설립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게이츠 재단 등 다른 자선단체에도 기부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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