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비상하던 '독수리'에게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FC서울이 21일 오후 열린 대구FC와의 홈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의외의 결과였다. 객관적 전력은 둘째 치고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서울은 최근 3연승, 대구는 3연패였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완승이 예상된 것은 당연한 일.
경기 직전 취재진과 만났던 최용수 서울 감독 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감독 대행직에 오른 뒤 6경기에서 5승 1무의 파죽지세를 달렸지만 신중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 예상했다. 상대팀 수장이 서울 출신 이영진 감독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구는 상당히 좋은 조직력을 갖췄다. 상대의 약점도 잘 파고드는 팀이라 조심스럽다"
사실 '디펜딩 챔피언' 서울로서는 매번 똑같은 상대의 전술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처지는 탓에 수비를 견고히 한 채 세트피스나 역습으로 득점을 노린다. 만약 선제골을 터뜨리면 수비라인을 내리고 잠그는 전략을 사용한다. 서울로선 자칫 분위기가 말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이어진다. 최 감독이 걱정하는 점도 이 부분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반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 경기 흐름은 서울 쪽에 있었다. 줄곧 대구를 밀어붙였고, 점유율도 6대4 정도로 앞섰다. 선제골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반전이 찾아온 것은 전반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대구 수비수 이상덕이 선제골을 넣었다. 당연히 대구는 후반 시작과 함께 전체적인 라인을 아래로 내렸고, 미드필드 이하 공격가담을 최대한 자제하며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에 서울은 마음만 급했다. 일방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공격의 효율성은 떨어졌다. 자연스레 수비시의 집중력도 흩트려졌다. 결국 후반 22분 또 한 번의 코너킥 상황에서 안성민을 놓치며 허무하게 추가골을 내줬다. 그걸로 경기는 끝이었다.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첫 패배. 더군다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전을 앞둔 상황에서 약체팀에 덜미를 잡혔다. '최용수호'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ACL이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이런 패배가 오히려 집중력을 다잡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긍정론을 폈다.
더불어 "솔직히 위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달 제주전에서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선수들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매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다. 패배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런 경기를 반전의 기회를 잡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스스로는 위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새로운 시작 이후 당한 첫 번째 패배는 분명 씁쓸하다. 부임 후 '형님 리더십'으로 서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최 감독. 그의 말대로 이번 난관을 오히려 반전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까. '독수리'는 감독 대행이 아닌 진정한 감독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진짜 과제를 만나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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