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강하다. 바르셀로나의 상대 팀들이 종종 ‘수비 축구’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자체로 바르셀로나가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절묘하고도 일사불란한 패스(Pass), 위치 선정(Positioning), 압박(Press)을 통해 놀라운 점유율(Possession)을 가져가는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이야말로 작금의 축구계에 적잖은 연구 거리를 던져왔다.
이러한 스타일을 기반으로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아스널,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같은 상대를 3골, 4골, 5골 차로 무너뜨렸던 바 있고, 이는 다른 클럽들이 재연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어떠한 시대의 강자라 할지라도 ‘불패의 팀’인 것은 결코 아니다. 바르셀로나도 예외가 아닌데, 지난 시즌의 인터밀란, 그리고 올 시즌 에미리츠에서의 아스널과 국왕컵에서의 레알 등이 가장 극명한 사례들을 제공한다. 이는 ‘꿈의 결승전’에 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겐 충분히 희망적인 자료다. 그러면 맨유는 좋은 결과를 위해 어떠한 것들을 실행에 옮겨야 할까?
1. 볼 받을 확률 높은 선수를 통제하고 패스 경로를 차단하라: 이것이 볼 중심의 압박보다 더 효과적이다. 볼 받을 확률이 높은 선수 쪽의 공간을 적절히 좁히게 되면, 패스를 차단하거나 패스가 투입되더라도 그 볼을 빼앗기가 그만큼 용이해진다. 볼 투입이 여의치 않은 경우 바르셀로나는 백패스나 횡패스로 돌아설 것이다.
2. 경기장을 좁혀라: 경기가 이루어지는 무대의 축소는 선수들 간, 라인 간의 간격을 콤팩트하게 유지함으로써 획득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서의 플레이에 능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플레이를 계속 한정된 공간(특히 미드필드 중앙부)에만 가둬놓는다면 이는 꽤 효과적일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플랜 B’가 부족한 팀이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그들은 볼은 오래 갖고 있으되 정작 골을 터뜨리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3. 알베스를 제어하라: 2번과 같이 나오는 상대에 대한 바르셀로나의 대응책이 바로 알베스의 오버래핑이다. 알베스의 측면 공격은 바르셀로나의 경기장 폭을 넓혀주면서 상대의 콤팩트한 수비 대형을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 까닭이다. 따라서 알베스의 공격은 반드시 억제되어야 한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리고 싶다면, 에브라를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해 알베스와 대결케 하는 방안도 있을 듯하다. 어찌됐건 이 위치의 선수는 알베스에 대한 수비 및 공격 시 배후 공간 공략이라는 이중의 임무를 맡아줘야 한다.
4. 가급적 대형을 무너뜨리지 마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아군의 수비 대형에 균열이 오는 상황이고, 이는 무리뉴가 가장 경계했던 것이기도 하다. 대형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볼을 끊어냈을 때 반격 또한 용이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5. 볼 없는 상황에서 서 있지 마라: 대형 유지는 중요하지만 가만히 서서 대형만 유지하려 해서도 안 된다(아스널은 이따금씩 이러한 우를 범한다).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정적인 대형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볼과 먼 거리의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6. 최종 수비 라인의 높이는 융통성 있게: 무리뉴, 히딩크 감독 등이 그리 했듯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낮은 지역에 수비 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맞불’을 놓지는 않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아스널과 레알이 때로는 과감한 높이의 수비로써 바르셀로나를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점에도 얼마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낮은 수비 라인을 가동하되, 높은 수비 라인을 가져가는 경우 또한 때에 따라 가미하는 것이 바르셀로나를 꺼꾸러뜨리는 첩경이 될 수도 있다.
7. 메시에 대한 ‘부분적’ 대인 방어: 최근 샘 알러다이스는 한 사람이 메시를 대인 마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메시가 움직이는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번갈아 메시를 괴롭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한 사람이 전면적으로 메시를 쫓아다니지는 않더라도, 특히 미드필드에서 메시를 좀 더 많이 책임져줄 사람은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퇴장 당하지 않는 페페’라면 가장 좋을 것이다.
8. 샤비를 괴롭혀라: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은 샤비를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할 수만 있다면 메시도 메시지만 비야나 페드로 같은 다른 공격 자원들의 위력도 감소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만약 중앙에서 뛰게 될 경우 박지성의 중점 목표는 메시가 아닌 샤비(어쩌면 혹은 이니에스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박지성은 과거에 피를로와 맞상대하여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9. 피케, 부스케츠를 압박하라: 바르셀로나 플레이의 출발점이 되는 선수들이다. 에르난데스와 루니는 이들에 대한 일차 수비에 충실할 필요가 있고, 어쩌면 이는 결정적인 역습을 가능케 할 수 있다.
10. 처음부터 끝까지 ‘팀’으로 움직여라: 개인적 영웅심을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아주대 겸임교수)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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