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허술한 증권 당국의 감시·감독을 틈 타 각종 부정 혐의를 저질러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 상장 봇물이 터진 요즘 일반 우량 중국기업들의 간접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부정과 주식 사기 등 각종 불법행위들이 미국 증권 당국과 투자자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고 1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옥외광고 사업을 하는 차이나 미디어익스프레스 홀딩스(China MediaExpress Holdings Inc)는 올 초까지만 해도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는 중국 기업이었다. 회사의 주가 상승률은 2009년 45%, 2010년 49% 를 기록했다.
하지만 1월 말 회사의 실체가 '유령회사'라는 내용의 리포트가 주식시장에 퍼지면서 주가는 하루만에 14% 이상 빠지는 등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미디어익스프레스 주가는 하락 행진을 하다가 결국 지난 3월 11일을 끝으로 나스닥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연초 주당 23달러에 근접했던 주가는 현재 반 토막 난 11.88달러에서 멈춰져 있다.
미디어익스프레스 뿐 아니라 회계부정 혐의로 고소된 중국 기업 푸다석탄과 중국농업 등도 미국에서 주식 거래가 한 달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 입성한 중국 부실 기업들의 상당 부분은 정식 상장이 아닌 우회상장 등 편법을 통해 이뤄졌다.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역인수합병의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정식 기업공개(IPO)를 거쳐 상장할 때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미국 주식시장에 6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우회상장 했는데, 이 중 159개 기업은 중국 기업이다. 이중 일부는 헐값에 매입한 주식을 허위정보 등으로 폭등시킨 뒤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울렸다. 해외 기업이라는 특성상 미국 증권 당국의 감시망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투자전문 웹 사이트 더스트리트는 이러한 부실 상장 중국 기업들이 지난 5년간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끼친 손실액을 34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일부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부적절한 행동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 중국 기업에 노출된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한 미국 증권 당국은 최근 중국 기업들의 우회상장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지난달 상원 은행위원회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우회상장 한 기업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중국 소재 회계 감사업체를 조사할 계획”이라면서 “여름이나 가을께면 일부 조사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PCAOB는 2003년5월에 설립된 회계법인 감독기관이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해 연구하는 베이징대 폴 길리스(Paul Gillis) 교수는 중국 주식시장이 일부 대기업들에게만 상장을 허용할 뿐 일반 자국 기업에 문을 굳게 닫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미국행을 택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중국 증권 당국은 기업들이 자국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시장의 문을 더 활짝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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