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5년간 파키스탄에서 어떻게 은둔 생활을 해왔는지가 미국 정부가 확보한 다섯 편의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한 영상에는 헝클어진 회색 수염을 기른 빈 라덴이 방바닥에 앉아 담요를 두르고 리모컨으로 위성TV 채널을 바꿔가며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찾아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방의 창문은 검은 천으로 가려 있고, 변변한 가구 없이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눈에 띈다.
지난해 10~11월께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빈 라덴이 수염을 다듬고 염색한 깔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머지 3편의 영상에서는 빈 라덴이 메시지를 녹화하기에 앞서 연습을 하는 장면이 포함됐으며, 소리는 삭제된 채 공개됐다.
빈 라덴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없는 방에서 촬영한 영상을 CD 나 USB 같은 외부저장장치에 저장한 뒤 수행원을 통해 외부로 보냈을 것으로 미국 관리들은 추정했다. 빈 라덴의 수행원들은 염소와 양, 코카콜라 같은 식료품을 사오는 임무와 함께 촬영된 영상자료가 담긴 USB 등 저장장치를 외부에 전달하는 임무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알 카에다의 미디어 기구인 아스 사하브는 전달받은 빈 라덴의 영상에다가 사진과 번역 자막, 코란의 문구 등을 덧입혀 최종 완성본을 제작한 뒤 이를 지하디스트의 웹사이트나 알-자지라와 같은 아랍계 방송사에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3명의 아내 중 가장 젊은 아말 아흐메다 압둘파타(29)와 함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미군 특수요원들로부터 남편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파키스탄 정보 관리는 12살짜리 딸이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그의 자녀도 방에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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