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 센터장
도입 5년이 지난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벌써 30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을 통해 근로자들은 미래 은퇴 후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기업들은 그간 성장의 과실을 근로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게다가 퇴직연금을 통해 한국의 자본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시장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예금 같은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31조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경우 7%로 2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이므로 안전하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지나치게 적은 감이 없지 않다. 수명과 함께 늘어난 노후생활 기간을 감당하려면 원리금보장 상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저금리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돈의 절대 규모가 크지 않으면 이자만 가지고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인 존 메이나드 케인즈 경도 '낮은 금리는 이자 생활자의 안락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세계적인 금융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호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제 인센티브가 있는 강제 가입형 확정기여형 제도를 도입한 호주는 연금자산 내 주식투자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이는 연금 같은 장기자산 운용에선 주가 변동 위험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하락을 훨씬 큰 위험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퇴직연금도 저축에서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다행히 퇴직연금 펀드는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일정한 주기마다 퇴직금을 나누어 근로자 계좌에 붓기 때문에 적립식 효과를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가 위험은 줄이면서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각종 규제를 통해 퇴직금을 중도에 꺼내 쓰지 못하도록 해 장기투자를 유도한다. 게다가 DC형에서는 펀드 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편입 비율을 최대 40%까지로 제한하고 있어 단기적인 주가하락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기회도 제공한다. 퇴직연금에서도 해외투자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경상GDP는 전 세계의 2% 정도에 불과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도 채 2%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투자를 통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국내에만 투자할 때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2009년 말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조치의 일몰로 세금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는 퇴직연금에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