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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자동차·섬유 '웃고' 농수축산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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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세계 최대 시장이자 한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인 유럽 시장이 활짝 열렸다.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4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골리앗 EU와 자유 무역 시대가 화려하게 개막했다. 양국간 FTA는 7월 잠정 발효된다. 양측이 2007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지 4년만이다.

한국과 EU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922억달러로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자동차 업계는 유럽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지만 패션·의류 업계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농수축산 분야의 피해도 엄청날 것으로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EU FTA 체결에 따라 당장 자동차와 와인 등 유럽 수입품의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 특히 와인은 15%에 달하는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150만원짜리 고급 와인은 130만원, 20만원짜리 와인은 17만원, 5만원짜리 와인은 4만원대로 내린다.

명품 의류도 8~13%의 관세가 곧바로 사라진다. 이에 따라 91만원짜리 루이뷔통 백 '모노그램스피디30'은 82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그밖에 명품 의류와 신발은 8∼9%, 가방과 보석 등은 5∼7% 수입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관세율이 8%인 유럽 자동차도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오는 7월1일부터는 관세가 2%만 인하되고 1년마다 2%씩 추가 인하돼 만 3년 후인 2014년 7월 1일 8%의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따라서 3년 후에는 현재 1억3000만원대의 고급차 가격이 1000만원 가까이 떨어진다. 자동차와 비슷한 관세 폐지를 적용받는 화장품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수출 측면에서는 자동차와 섬유업계의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EU 시장에서 국산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토요타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FTA 발효는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업계도 관세가 90% 이상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반면 전자업계는 대부분 유럽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 IT 제품이 정보기술협약(ITA)으로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직접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농수축산 업종의 피해다. 지난해 국책연구원들이 발표한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은 연평균 1조5000억원의 생산 증가가 예상되지만 농수축산업은 연평균 1870억원의 생산 감소가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EU FTA 발효로 농축산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85%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의 90%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수축산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전국적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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