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신의 일(God's work)'을 더 할 수 있을까? 요즘 월스트리트에서 회자되는 물음이다.
'신의 일'이란 블랭크페인 CEO가 지난 2009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 도중 "골드만삭스는 신의 일을 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골드만삭스가 기업의 자본조달을 도와 성장을 이끌고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신의 창조에 빗댄 말이다.
그가 '신의 일'을 더 할지 말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나온 것은 그가 다음 달 29일 취임 5주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랭크페인 이전 골드만삭스 CEO들은 2~10년간 CEO직을 맡았던 만큼 그가 이번에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일간지 뉴욕 포스트(NP)는 지난 2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블랭크페인 CEO가 2년 더 CEO 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단언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쯤이 적당한 때"라는 말로 그가 그만 둘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그러나 투자업계는 블랭크페인 만한 인물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임 2년만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는 골드만삭스를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한편, 미국 재무부로부터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50억 달러의 투자금을 각각 받아 기사회생하는 공로를 세웠다.
그렇지만 블랭크페인은 지난 5년 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지난해는 뉴욕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소송으로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면서 부당한 내부거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골드만삭스는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제출해 사건을 일단락지어야 했다.
이 때문에 NP는 "블랭크페인 자신이 골드만삭스에 명예회복을 위해 임기 연장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랭크페인 CEO의 성적표도 'A+'를 주기에는 부족하다. 임기 5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를 기록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 스탠리의 같은 기간 ROE가 각각 9%, 10%에 그친 것에 비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ROE는 경영자가 기업에 투자된 자본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주가로만 따져본 성적은 형편없다. 뉴욕 주식시장의 1일 종가 기준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주당 151.30달러다. CEO 취임 당시 주가는 주당 152.20달러였다.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반면 JP모건체이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6% 뛰었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지난 1분기 업계 5위를 차지, 1위 자리를 내줬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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