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미국이 거의 20년만에 석유 순수출국이 됐다. 유가 상승으로 내수는 지지부진한 반면 해외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를 인용, “석유 순수입량은 지난 5년간 꾸준히 감소해 왔다”면서 “지난 2월 석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하루 5만4000배럴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 가격은 지난 1년간 36%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휘발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달 29일 갤런(약 3.785L)당 3.4638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 소매 가격은 4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高)유가로 미국의 석유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최근 석유 수요는 하루 1900만배럴로 지난 금융위기 전 수준 2000만배럴에 못미치고 있다.
반면 미 석유업체들의 산유량은 늘고 있다. 석유 채굴 기술이 발전한 데다 석유업체들이 고유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 석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751만배럴로 2002년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석유헙회(API)의 라욜라 도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수요가 1년 전보다 크게 늘어나도 수출할 물량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PI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미국 정제유 수출량은 전년동기 대비 14.4% 뛴 하루 249만배럴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량은 14.4% 줄어든 하루 216만배럴에 그쳤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 석유 수출량을 대부분 흡수하고 있다. 미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운송비가 싸고 공급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 미국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는 멕시코가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도 미국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미 정유업체 발레로 에너지는 “멕시코와 브라질의 수요 증가로 미 석유 수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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