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사재 20억 털어 무너진 회사 인수
2011년 매출 30조 재계 12위 그룹 대도약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오늘은 쌍용중공업이 주식회사 STX로 거듭나는 영광스럽고 뜻 깊은 날입니다. 제2창업 선언과 함께 이제 주식회사 STX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지난 2001년 5월 2일 창원시 성산동 80번지, 쌍용중공업 엔진공장 사무실 앞에서 열린 STX그룹 출범식에서 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선언했다.
2011년 5월 2일, STX그룹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10년이지만 STX그룹은 1년마다 강산을 바꾸는 저력을 보이며 재계 12위권의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STX그룹 성장의 원동력은 당연 강 회장이다.
강 회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움츠러든 상황 속에서도 '세계시장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셀러리맨에서 기업가로= 강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후 27년 동안 '쌍용맨'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 쌍용중공업의 전무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에 몰아닥친 외환위기는 그가 다니던 쌍용중공업을 퇴출 기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당시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일하고 있었던 강 회장은 퇴출 기업으로 지정된 쌍용중공업의 인수 주체인 외국계 컨소시엄에 의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그동안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성실히 근무한 성과와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평생을 바쳐 근무한 회사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던 강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쌍용중공업 CEO로 근무하면서 받은 스톡옵션과 27년간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20여억원 남짓한 사재를 털어서 쌍용중공업의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라섰다. 샐러리맨으로 출발했던 그가 자신이 다니던 기업을 인수,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한 순간이다.
이후 강 회장은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2002년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현 STX유럽), 2009년 '하라코산유럽'(현 STX윈드파워) 등을 차례로 인수하고 STX엔파코(현 STX메탈), STX중공업, STX건설, STX다롄 등을 신규 설립하며 현재의 사업구조를 완성하는 등 특유의 글로벌 경영전략을 구사해 STX그룹을 단기간에 국내 주요 그룹의 반열에 끌어올렸다.
STX그룹의 지난 2000년 매출액은 2605억원이었지만 2008년에는 28조원으로 8년 만에 매출이 106배 증가했다. 올해는 수주 39조원,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의 경영목표를 세웠다.
◆재계 대표 리더 반열 올라= 강 회장은 지난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 회장단에 합류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경련 부회장단에 포함돼 사실상 업계 대표 역할을 맡았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종을 견인하고 있는 강 회장을 회장단에 추대함으로써 전경련은 재계 리더 단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면서 "강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과감한 시장개척 등을 통해 최고의 실적을 낸 CEO인 만큼 재계에서도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STX그룹 매출의 90%는 수출 등 국외에서 나온다. 강 회장이 평소 세계 시장을 향한 글로벌 경영을 그룹의 핵심 이념으로 강조하며 활발한 해외경영을 통해 그룹의 위상을 크게 높여온 결과다.
강 회장은 지난해 5개 대륙 약 12개국을 방문했는데, 거리로 환산하면 약 5만5000㎞로 한국과 출장지와의 왕복거리를 기준으로 볼 때 지구를 한 바퀴 반 이상 돈 거리다.
특히 조선ㆍ해운 시황이 본격적으로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던 지난해에도 글로벌 경영을 통해 지속성장을 일궈냈다. STX유럽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중국 다롄조선소 가동을 본격화하며 한국과 유럽, 중국을 잇는 글로벌 3대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강 회장은 평소 "실무에서 업무를 진행하다가 협상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상황이면 사장이든 회장이든 직접 투입될 수 있게 조언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할 만큼 스스로 '영업맨'이 돼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올해도 강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연초부터 이어졌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7박8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5개 국가를 방문했다. STX그룹은 중동ㆍ아프리카 시장을 중심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인 플랜트, 건설 부문을 적극 추진할 예정인 만큼, 강 회장의 글로벌 경영 보폭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인재사랑ㆍ사회공헌 공들여= 강 회장의 '인재'에 대한 열정은 어느 CEO에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M&A를 하면서 피인수기업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범양상선 인수시에는 그만두는 인력이 없도록 더 좋은 처우를 약속했고, 아커야즈 인수 시에는 반대하는 노조를 직접 만나 설득했다.
그가 꼽은 기업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2005년 첫 그룹 공채를 실시해서 약 440여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을 때다. 많은 우수 인재들이 STX와 함께 자신의 미래를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힐 당시 흥분과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강 회장은 지금도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챙기고 있다. 또한 각종 공식 간담회나 주제발표회, 비공식 모임 등에서 나온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경영방침에 채택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 STX장학재단을 설립하고 3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STX그룹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를 건립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2008년 9월 동대문구 이문동에 모두 1호관을 개관한 이후 경남 창원, 부산, 구미, 대구, 충주 등 여섯 곳을 차례로 개관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안산점을 추가로 개관할 예정이다.
◆"자만은 금물ㆍㆍㆍ건전한 사고가 성공비결"=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스스로 재계 12위의 그룹을 이룩했음에도 강 회장에게서는 어떠한 자만심도 엿볼 수 없다.
강 회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기본에 충실하고 정직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비즈니스 정신이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강 회장의 이 같은 성공 일화는 창의와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건전한 기업가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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