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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물갈이 한 '권혁세의 칼'에 금융권 당혹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8초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 넘나드는 인력교체
"전문성 떨어질 것" VS "제 식구 챙기기 제동"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금융감독원의 사상최대 물갈이 인사에 금융업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장 실무를 총지휘하는 실·국장을 거의 모두 교체한 사례가 없어 향후 검사·감독 업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예측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을 넘나드는 이동으로 비전문인력이 검사·감독업무를 맡는 만큼 각종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시중은행 전략기획담당 임원은 29일 "업체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어떤 식으로 조직을 재정비했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이라면서도 "현안에 대한 이해부족과 소통 부재로 쓸데없는 유 무형 비용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을'의 입장이니 공백기간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지 별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금감원의 검사기능 강화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정기검사를 사실상 없애고 테마검사 형태로 '선택과 집중' 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지만, 여전히 자율경영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감원이 특정 사안에 인력을 투입할 경우 여전히 관치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 공감은 하지만 과도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권에서도 의외라면서 검사국 부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괄부서인 보험감독국장과 생명보험검사국장이 비보험권 출신이라는 점도 긴장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신임 허창언 보험감독국장은 특수보험팀장을 역임하기 했지만 은행권 출신이며, 권순찬 생보검사국장 역시 비보험권 인사다. 권 원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 식구챙기기'식 문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여신전문서비스실을 여신전문감독국으로 보강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카드사의 과당경쟁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었던 만큼, 신용카드 과당경쟁과 관련된 조직을 강화한 것에 긴장하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경쟁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새로운 당국자들이 업계의 입장을 고려해 어느 정도까지가 '과당'인지 잘 파악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부실문제로 도마위에 오른 저축은행 업계는 검사강화 의지가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져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감원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직원 사기진작을 시킬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상당기간 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와 '보여주기식' 인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금감원 한 직원은 "유관기관 등과 협의가 쉽지 않아 대내외적 혼선이 한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전문성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취지로 파악돼 직원들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부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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