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던 한나라당의 수도권내 대표적 텃밭 분당이 무너졌다.
4.27 재보궐선거 최대 접전지인 분당을의 개표 결과, 손학규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
오후 8시 YTN 출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부터 한나라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44.5%)가 손학규 민주당 후보(54.2%)에 9.7% 차이의 격차가 뒤진 것. 한나라당은 40%대 중반을 기록한 분당을 지역의 높은 투표율과 관련해 위기감을 느낀 보수적 지지층의 결집이라며 막판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로 나타난 것.
개표 과정에서도 손 후보는 강 후보에게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앞서갔다. 작게는 4-5% 포인트, 많게는 YTN 출구조사 결과와 유사한 8-9% 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여유있게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공천 과정을 복기해보면 분당을은 예정된 패배였다. 당 지도부는 분당을 공천을 놓고 지난 3월초부터 끝없는 내홍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의 오전 공개회의 때마다 분당을 공천을 놓고 파열음을 쏟아냈다. 여권 주류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전략공천설을 끊임없이 흘리는데다가 강재섭 전 대표의 공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 강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받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것.
또한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불출마 이후 중앙 정치무대에서 3년 가량 잊혀진 인사라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특히 여야의 전현직 대표가 맞불어 이번 재보선 최대 빅매치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강 후보에게는 다소 불리한 요소였다. 더구나 상대인 손 후보는 전직 경기지사 출신의 유력한 야권의 차기주자였다. 반면 본인은 대구에서 5선 의원을 지냈지만 수도권에서는 갓 데뷔한 신인 정치신인에 불과했다.
아울러 높은 투표율도 여야의 희비를 엇갈랐다. 당초 재보선 투표일이 평일인데다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에 낮은 투표율이 예상됐다. 하지만 투표율은 예상밖이었다. 출근시간대는 물론 퇴근시간대에도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30-40대 젊은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최종 투표율은 49.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18대 총선 당시 45.2%를 넘어선 것. 특히 분당을의 투표율은 이번 재보선 접전지였던 강원,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보다도 훨씬 높았다. 통상적으로 수도권의 투표율이 지방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당을의 투표율은 한마디로 기록적이다.
그만큼 젊은 유권자들의 정권심판론의 정서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물가급등과 전세대란 등의 악재가 속출하면서 실망한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대거 발걸음을 옮긴 것.
분당을 패배로 한나라당은 말그대로 패닉 상황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18대 총선에서 7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패배해서는 안되는 곳에서 패배한 것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수도권 소속 의원들의 동요가 우려된다. 분당을 보선 결과를 대입해보면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강북 등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총선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아울러 재보선 이후 당의 진로와 쇄신, 당청관계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의 후폭풍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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