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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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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더 미플린 스크랜튼 지점의 지점장, 마이클 스캇은 스스로를 ‘world best boss’라 자부한다. 근무시간에 개인 용무를 처리하며, 자신의 농담을 위해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사생활 침해, 인종차별, 호모포비아,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치 않는 그는 어쩌면 우리가 경험했던 상사들의 단점을 모아 놓은 악당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와이트와 케빈은 마이클 스캇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상사’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가 존재하는 한 <오피스>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마이클 스캇은 <오피스>를 떠난다. 뉴욕 본사에 면접을 보거나 홧김에 퇴사해 다른 회사를 설립하던 때와 달리 이번엔 아주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이별을 앞두고 보니 그와 함께 웃었던 날만큼이나 코끝이 찡했던 순간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료들의 순수함을 모아서 만든 사람이었다. 헤어지며 즐거웠던 날보다 고마웠던 날들이 더욱 떠오르는 건, 틀림없이 그가 ‘세계 최고의 보스’라는 증거다. 그래서 언제나 웃긴 남자 마이클 스캇이 우리의 가슴을 울렸던 순간들을 정리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각자의 주의를 요한다.


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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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디 시상식의 창시자
마이클은 ‘던디 시상식’이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평생 상 한번 받지 못한 채 지루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무실 직원들을 위해 그는 대부분 불쾌한 농담이 곁들여진 던디상을 수여한다. 그러나 실상 던디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언제나 그 자신이었다. 오피스 올림픽의 폐회식을 위해 짐이 거짓으로 ‘콘도 계약 축하식’을 열어줬을 때, 마이클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시울을 붉혔다. 언제나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있던 그에게 던디 시상식은 모두를 칭찬하고 결국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귀한 자리였던 것이다. 물론 시상식은 언제나 엉망이었다. 수상자들은 항의했고, 비수상자들은 서운해 했으며, 드와이트의 리코더 연주와 마이클의 중국인 ‘핑’ 성대모사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이클은 그가 참석하는 마지막 시상식에서 가장 크고 빛나는 던디상을 받았다. 직원들은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그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모두가 진심으로 던디상에 수긍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마이클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슬퍼하지 않는 것, 그것은 고마움에 답하는 멋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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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백 명의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정력가
영국, 아일랜드, 독일, 스코틀랜드의 혈통이 섞인 가상의 UN. 그리고 2/15 가량 인디언의 피가 섞인 남자. 모두와 교집합을 갖고 싶은 마이클은 자신의 이력을 이렇게 소개했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알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의 어린시절이 썩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재혼한 엄마의 결혼식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반지를 전달하는 중책을 새 아빠의 강아지에게 빼았겼던 기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는 트라우마다. 그러나 모름지기 상처는 일찍 발생했으나 뒤늦게 알아내는 것이 가장 나쁜 경우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의 자녀들이 사무실을 방문하는 날, 마이클은 자신이 어린시절 출연했던 어린이쇼 <펀들번들>의 녹화분을 공개했다. 방송에서 어린 마이클은 장래의 꿈에 대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백명 낳고싶어. 그러면 친구가 백명 생기는 거잖아”라는 소박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답변을 하고, 외로운 유년기의 유령을 불러낸 마이클은 실망하는 대신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함으로써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비록 핵심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만든 아이디가 ‘little kid lover’라는 점은 여전히 슬프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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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이래봬도 영업왕
마이클의 가장 미스터리한 점은 그가 유능한 사원이라는 점이다. 사장이 “회사에 필요한 개혁”에 대해 물어도 “회사 이름이 마음에 안들었다”면서 ‘그레이트 페이퍼’니 ‘슈퍼두퍼 페이퍼’와 같이 엉뚱한 말장난만 늘어놓으니 도무지 그 비결을 알아낼 수가 없지만, 신기하게도 마이클은 이 직업에 제법 적성이 있다. 젠과 함께 칠리스에서 고객을 만난 날, 마이클은 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유머책을 컨닝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진실게임을 하고 립을 쭉쭉 빨아먹는 마이클을 못마땅해하던 젠이 결국 계약을 성사시킨 그에게 키스를 할 정도로 그의 영업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그에게 웹사이트를 통한 거래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비록 고전적인 영업의 힘을 증명하러 떠난 그의 여행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선물바구니를 주고 빈 손으로 돌아서던 마이클이 고객의 딸이 케이준 아몬드에 알러지가 있다는 사소한 사실을 기억해준 순간, 적어도 그는 시청자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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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내 직원에게만은 따뜻한 도시 남자
팸이 출산하던 날, 마이클은 누구보다 흥분 상태였다. 아기 보호장치를 사무실에 설치하는가 하면 진통을 겪는 팸을 위해 업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분위기를 관리했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팸을 누구보다 잘 설득해 차에 태운 것 역시 마이클의 공이었다. 그리고 아기를 만나고 사무실에 돌아온 마이클은 자신이 “가족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에 넘쳤다. 실제로 마이클은 짐이 팸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가장 먼저 들었던 사람이며, 둘이 사귀는 것을 알았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 했다. 그리고 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말썽을 부렸던 필리스의 결혼식에 비하면 얌전하게 지나간 짐과 팸의 결혼식에서 마이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둘 모두를 낳은 아버지처럼, 사무실이라는 황무지에서 피어난 사랑이라는 꽃이 너무 황홀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 짓는 마이클의 얼굴은 타인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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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상사
도널드 트럼프는 직원을 해고하지만, 마이클은 “사람을 고용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 훌륭한 경영인의 덕목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 직원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낸다. 그래서 지점이 폐점 위기에 몰릴 때는 사장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유티카 지점에서 스탠리를 스카웃 하려하자 지점을 찾아가 “불 질러 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 자신의 손으로 해고한 드와이트를 찾아가 복직을 권할 때는 정중히 사과를 했고, 기세등등하던 라이언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손수 그를 구했다. 그런 그의 태도는 그가 판매하는 종이와 같다. 분명, 세상에는 이것보다 편리하고 세련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되고, 촌스럽지만 틀림없이 지켜져야 할 무엇이다. 그림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무시와 혹평에 상처받은 팸을 찾아온 마이클이 그녀를 “팸카소”라고 부른 것은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보다는 뭉클했다. 낡고 볼품없지만 분명 ‘우리들의 사무실’인 건물 그림을 산 마이클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사무실에 걸어두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는, 사람들이 가장 초라해지는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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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마이클 스캇, 날 울린 남자

사랑 앞에선 로맨티스트
캥거루가 그려진 모자를 쓰면, 데이트 스캇이 등장한다. 그러나 굳이 모자로 변신하지 않아도 마이클은 제법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남자였다. 문제는 그와 연루된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에게 질리거나, 그를 질리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자 마이클’에 다름없는 홀리는 마이클에게 있어서 천생연분이었다. 인사과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유머에 관대하고 농담에 적극적인 홀리는 마이클의 세계를 이해해준 유일한 여자였다. 전근을 가고,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나고, 야유회에서 재회하고, 해르페스 덕분에 연락한 후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홀리에게 마이클이 급속도로 빠져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마이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숙하고 로맨틱한 방식으로 홀리에게 청혼했다. 사무실 구석구석에 켜켜이 쌓인 추억을 즈려밟고, 비가 내리는 구석방에서 홀리의 손을 잡은 마이클은 이제 긴 외로움에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와 이별하지만, 그를 붙잡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덕분에 행복했으니, 그의 행복을 빌어 줄 시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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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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