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다시 몸을 낮췄다.
며칠 전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단 모임에서는 신용카드 과당경쟁과 부실 PF대출 처리 등 금융현안에 대한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해 '큰 형님'이란 말을 들었지만, 22일 한국은행에서는 집 주인(한은총재)의 초대에 응한 '얌전한 손님'이었다.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에서는 '역할'을 다 했지만, 행장 자격으로 참석한 곳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낀 것이다.
22일 김중수 총재가 은행장들을 불러 소공동 본관에서 개최한 금융협의회에서 강 회장은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이날 회의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주형 수협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최근 전산망 장애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태형 농협 신용대표이사는 불참했다. 강회장은 산업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관계로 '회장'이 아니라 '행장' 신분으로 참석했다.)
강 회장과 함께 취임 후 첫번째로 이번 모임에 모습을 보인 이순우 행장이 김 총재의 환영사에 "(금융협의회에) 처음 와 본다"며 말문을 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처음 출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금융지주사 회장단 조찬 회동에서 '제 2의 카드대란'을 경고하며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쓴소리를 했던 강 회장의 기개(?)는 찾기 힘들었다.
이날 강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다 "이 집 주인에게 물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본인은 '손님'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협의회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한은총재가 '은행의 은행'인 중앙은행 수장의 입장에서 금융현안에 대한 은행장들의 견해를 듣고 답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하기에는 '격'이 한 단계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강 회장은 김 총재와 현 정부 1기 경제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또 지난 해에는 어윤대 현 KB금융지주 회장 등과 한은총재 후보로 거론돼 김 총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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