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식·관광성 여행...예산 낭비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최근 인천시가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인데다 기존의 관행대로 '수박 겉핥기식' 견학에 관광성 코스로 짜여진 것으로 알려져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시의회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시의회 소속 교육위원회ㆍ산업위원회ㆍ문화복지위원회 등이 줄줄이 유럽 방문에 나선다.
교육위원회가 23일부터 29일까지 6박7일 동안 시의원 7명과 공무원 5명 등 12명이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2개국을 방문한다. 여기에 보조되는 시의회 예산이 3000여 만원이다. 공식적인 방문 목적은 두 나라의 교육 현장을 살펴본다는 것으로 초등학교 1곳과 직업학교를 둘러 볼 예정이다.
산업위원회도 24일 독일ㆍ네덜란드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다. 시의원 5명에 의회 직원 2명, 시 본청과 외부단체 등에서 6명 등 13명의 여행단이 꾸려졌다. 7박8일 동안 컨벤션시설과 갯벌공원, 발전시설, 축제 등을 시찰할 계획이다. 시의회 예산 2300만원을 지원받는다.
문화복지위원회도 오는 5월 2일부터 9일까지 7박 8일간 산업위와 같은 코스를 여행한다. 시의회 예산 보조는 3500만원으로 잡혔다.
이같은 시의원들의 해외 여행에 대해 인천 지역 시민단체들은 "기존의 겉핥기식ㆍ외유성 해외 여행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시 전체가 재정난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에서 시의원들이 별로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해외여행을 시민의 돈으로 떠난다는 것에 대해 누가 좋게 볼 수 있겠냐"며 "개혁을 내세운 젊은 야당 시의원들의 대거 등장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이 구태를 반복하는 행태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연대 김영정 사무부처장도 "지방자치와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해외 연수라면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이번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공무해외여행 심사를 강화하는 등 혈세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의 총 부채는 인천도시개발공사를 포함해 공식적으로 7조7000여 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숨겨진 부채를 포함하면 약 9조3000억 원 대의 빚을 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시는 내부적으로 최근 재정위기 4단계 등급 중 3번째로 높은 '재정 비상사태'(Fiscal Emergency)를 선포했다.
일반적인 재정 위기는 정도에 따라 재정압박(Fiscal Stress), 재정고통(Fiscal Distress), 재정 비상사태, 재정파산(Fiscal Bankruptcy)의 순으로 구분되는데, 그만큼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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