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들리니> 5-6회 MBC 토-일 밤 9시 50분
이것은 상실에 관한 드라마다. 우리(황정음)는 사랑하는 엄마와 오빠를, 일곱 살 지능을 지닌 영규 씨(정보석)는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동주(김재원)는 청력을 잃었으며, 이미 남편과 딸과 며느리와 손주를 차례대로 잃은 할머니 순금(윤여정)은 이제 그 모든 기억마저 차츰 잃어간다. 이들에게 상실은 단순한 결핍의 차원이 아닌, 그 대상과 함께 공유하던 소중한 세상의 소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것은 동시에 회복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우리와 영규의 마루(남궁민) 찾기는 미숙(김여진)이 남긴 유언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같이” 할 수 있는 가족의 복원에 대한 노력이며, 동주에게는 청력과 함께 잃어버린 따스하고 순수한 마음에의 회복과 치유의 과정일 것이다.
이에 따라 <내 마음이 들리니>의 인물들은 둘로 나뉜다. 우리, 영규, 동주의 반대편에는 진철(송승환), 신애(강문영), 현숙(이혜영), 준하(남궁민)가 서 있다. 이들에게도 상실의 경험은 공통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그 공동의 자리를 채우는 건 그리움과 회복의 소망이 아니다. 진철과 신애는 인간다움을 스스로 포기했고, 현숙은 냉혹한 복수를 택했으며, 준하에게 자신이 버린 마루라는 이름과 가족은 애증의 대상이다. 결국 <내 마음이 들리니>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과 회복해야 할 가치들을 말하는 드라마다. 위로와 치유의 공동체로서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 이타심이 성공 지상주의에 밀려나지 않는 세상, 그리고 소통하며 사랑하는 따스한 인간의 마음. 세상은 바보라 부르지만 시든 꽃들을 다 살려내는 꽃 박사 영규처럼, 촌스럽고 직설적이어도 종종 우리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드라마의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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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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