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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들리니> 1-2회 토-일 MBC 밤 9시 50분
“아이처럼 순수하게 진실만을 말하는 바보가 그립다”는 제작의도를 밝힌 <내 마음이 들리니>는 조금만 들춰 보면 위험한 판타지로 가득 하다. 청각장애인 미숙(김여진)이 지적 수준 차가 현격한 3급 지적 장애인 영규(정보석)의 구애를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는 대목은 장애인의 짝을 당연히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으로 상정하고, 심지어 그것을 아름다운 미담으로 생각하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또한 16년 전의 시골을 80년대 풍으로 그리며 막연한 노스탤지어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태도 역시 시골을 음산한 곳 아니면 밑도 끝도 없이 순박한 곳 둘 중 하나로 묘사하는 요즘 드라마들의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이에 대비되는 태현숙(이혜영)과 최진철(송승환)로 대표되는 ‘부유한 깍쟁이’ 서울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이런 심증을 더 단단하게 굳힌다.
그럼에도 <내 마음이 들리니>를 외면할 수 없게 하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정보석은 지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영규 역할을 손색없이 해낸다. 목소리 없이도 화면을 뚫는 설득력을 보여주는 김여진과, 어떤 역이든 자기 색깔로 재해석하는 이혜영은 드라마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에너지로 가득 찬 아역배우 김새론과 괄괄한 장터 할머니 황순금 역의 윤여정의 연기에 이르면, 작위적인 구도마저 “저런 마을에 저런 사람들이 살았을 수도 있다”고 잠시 눈 감아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내 마음이 들리니>가 그냥 ‘배우들 연기는 좋은 데 설정은 위험한’ 드라마에 그치고 싶지 않다면, 드라마가 말하고 싶다는 “눈높이를 맞추고, 발걸음을 맞추는 사랑”을 보다 설득력 있게 설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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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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