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선물과 향응 규정에 따르면 3만원 이상 금품을 줄 수가 없다"며 "공무원을 초대해 3만원 정도의 향응을 제공하면 기분 나빠한다"며 현실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주한 외국기업 CEO를 초청, 정책설명회를 가졌다.
김영란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사회가 공정하고 부패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반부패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권익위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렴도 평가와 알선·청탁 근절 대책을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은 "올해 외국 기업이나 단체가 희망할 경우 권익위가 직접 방문해 고충과 애로사항을 접수·처리하는 맞춤형 방문 서비스를 실시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주한 외국기업인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인사말 후 채형규 기조실장이 권익위 성과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가진 후 참석한 CEO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조셉 마일링거 지멘스코리아 사장은 향응 한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발언과 함께 "우리가 따를 수 없는 부정적인 부분을 개선해 달라"면서 "지난해에도 얘기했는데 바뀌지 않았다"며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채형규 기조실장은 "3만원 한도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해봤는데 국민적 정서가 3만원 이상은 무리하다는 여론"이라며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이키 란타 카고텍 대표는 "3만원 이상 향응 문제에 대해 우리 회사는 엄격하다"면서 "하지만 한국 공공기관은 행동강령에 대해 교육이 안돼 있어 권익위가 이에 대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채 실장은 "올해 초부터 고위공직자는 청렴서약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공기관이 행동강령을 만드는 지 이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지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미나미 아이다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 대표는 한국의 주민등록제도가 주민등록 없는 외국인에게는 불편을 준다며 시정을 요구했고 이동수 화이자코리아 대표는 의사들에 대한 리베이트 가이드라인이 없어 불편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패트릭 게인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 아와야 쯔또무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 재단 이사장, 조셉 마일링거 지멘스 코리아 사장, 스튜어트 솔로몬 매트라이프 사장,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을 비롯한 외국기업 CEO와 임원,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관계자 70여명이 참석, 관심을 나타냈다.
권익위 관계자는 "향후 외국기업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정책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주한외국상공회의소의 분야별 위원회 회의의 참여 등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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