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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앙리루소의 '잠자는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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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앙리루소의 '잠자는 집시'
앙리 루소 - 잠자는 집시 (The Sleeping Gipsy, 1897, 뉴욕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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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만돌린, 물병을 옆에 두고 잠들어 있는 집시 여인의 곁으로 사자가 슬며시 다가와 있습니다. 사자가 곁에 와 있어도 깊은 잠에 빠진 여인은 참으로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고, 사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인의 동정을 살피고 있습니다.

사자는 맹수라기보다는 흡사 환상의 세계에서 내려온 동물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동화의 나라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루소의 초기작품 '잠자는 집시'입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판타지 세계를 그려내고 있으며 신비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흑인 집시 여인이 워낙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데다 사자에게서 여인을 해치려는 의사가 없어서 그런지 백수의 왕 사자가 옆에 있음에도 그다지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사자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잠들어 있는 여인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팡이와 만돌린, 물병 옆에 잠든 여인과 야생 사자의 모습에 비추어 물질세계와 자연의 만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잠자는 집시'는 동화적인 상상력에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이 깃들어 있는 루소의 초기 걸작입니다. 인간 옆에 맹수가 등장함에도 심각하기 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잠든 여인의 평온한 모습과 호기심이 발동한 사자의 대비되는 구도는 은근 귀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후대에 이 작품은 정치적 알레고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깨어있는 사자와 잠자는 여인을 통해 국가간 평화와 프랑스의 식민지 지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눈속임에 불과한 평화 상태에 대한 루소식 비유라는 해석입니다.


그의 그림은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해도 특유의 동화적인 분위기로 환상의 세계를 연출하며, 인물을 묘사해도 인체의 불균형한 비례와 어색한 표정 때문에 흡사 인형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루소의 그림들은 프랑스 회화의 세련된 기법이나 전통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있었던 관계로 당대에 순진하고 소박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풍부한 상상력에 기초한 그의 독창적인 화법은 후대의 입체파나 초현실주의에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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