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겹경사 앞두고 '압수수색' 복병 만나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별다른 일은 없을 것입니다."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최대 난관에 봉착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이제 갓 돛대를 단 박찬구호(號)가 거친 풍랑을 만난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분리 수순을 밟으며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던중 불어닥친 검찰 수사 복병은 박 회장의 향후 행보에 먹구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단행된 지난 12일 오전 금호석유화학 주관으로 개최된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 행사장에서 만난 박 회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검찰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이 하청업체와 거래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날은 금호석유화학이 주관한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 총회가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잔칫날'이다. 이번 총회는 시노펙, 굿이어, 페트로차이나, 엑손모빌 등 전세계 61개 기업 총 160여명의 합성고무회사 임원들이 대규모 참석한 국제행사다. 협회장인 박 회장은 IISRP 회장으로서 14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모든 행사를 주재하게 되며, 서울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난 1년간 철저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검찰 수사가 이뤄진 12일 오전 집무실에 출근했다가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자리를 피했다. 이후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 행사장으로 이동해 1시까지 진행된 오찬 일정을 소화한 뒤 행사장을 급히 떠났다. 박 회장은 검찰 압수수색 혐의 관련 "행사장에 있어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박 회장은 당초 본사 집무실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검찰 압수수색 등의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장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총회만큼은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해 남은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도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며 차분히 대응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로 금호석유화학은 또 다른 위기에 부닥치게 됐다. 지난 2009년 금호가의 '형제의 난' 이후 지난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박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간 박 회장은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며 경영정상화에 '올인'해왔다. 박 회장의 공격 경영과 자동차·타이어산업 호황에 힘입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3635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14일로 잡힌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데다,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좋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안팎으로 팽배한 상황이었다. 더불어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 총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박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었다. 재계에서는 "겹경사를 앞두고 검찰 수사로 김이 빠진 모양새"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고위 임원은 "어제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동요하던 직원들도 박 회장의 차분한 대응에 평정심을 되찾은 분위기"라며 "IISRP 총회도 무사히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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