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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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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I 1376p 지난해 절반..신조선 발주 끊겨 위기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해운, 조선업계에서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벌크선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은 금융위기 이후 해상운임 하락, 물량상승폭 둔화, 공급과잉 등이 지속되며 수렁에 빠진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해운시황을 나타내주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지난 8일 1376포인트를 기록, 전일 대비 2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국내 해운사들의 손익분기점을 훨씬 밑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해운사들의 기업회생절차, 채무불이행 등이 잇따랐던 2009년 초와 비슷하다.


벌크선은 올 들어 신조선 발주도 뚝 끊겼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벌크선 발주량(전 선형)은 총 79척, 659만8200재화중량톤수(DWT)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22척, 1619만2679DW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벌크선 부문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수퍼사이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해운조선업계의 '수익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해운사에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줬고, 조선사에는 벌크선 신조 주문이 잇따랐다. 저운임, 발주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으로선 모두 '과거의 영광'이 된 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관계자는 "2008년 중반 이전까지 벌크선부문이 호황을 누리면서 신조선 발주가 잇따랐다"며 "이후 시장에 투입되는 선박은 늘었으나 중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물동량 상승폭은 이에 미치지 못해 침체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내 4위 해운사이자 대표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중소 벌크선사들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면서 벌크선 업계가 생존 기로에 설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벌크부문과 컨테이너부문을 함께 영위하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는 상대적으로 시황이 많이 회복된 컨테이너부문의 수익성을 높여 메우는 모습이다. 국내 조선사는 당분간 벌크선 발주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선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STX팬오션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2008년 중반 이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도 바라본다"며 "국내 해운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장기물량확보, 선단운용 등에 특히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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