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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2천년된 거짓말과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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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아시아블로그]2천년된 거짓말과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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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는 '거짓말'에 대한 글을 좀 써보겠다고 했었다. 이런저런 핑계로 뒤로 미루다 결국 묵은 숙제가 됐다. 그래서 영 마뜩찮기도 하고 거짓과 맞닥뜨리려니 먹먹하기도 하다. 평범한 사람들도 하루에 수십번씩 거짓말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니 너나 할것 없이 거짓말이 습관처럼 달라붙어 있는 셈이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말 한마디 덧붙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 않아도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고 있으니...


게다가 선의의 거짓말이 옳으냐하는 문제에 봉착하면 아주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런 저런 생각 다 잊고 거짓의 한 페이지를 들어가 본다. 네로가 로마를 불질렀냐하는 것이 그것이다. 네로는 건설부동산을 담당하는 내게 아주 새로운 인물이다. 깊이 탐구해볼만한 인간성을 지니고 있기도 해서 흥미를 더한다.

우리가 아는 바로는 네로가 로마에 불을 지르고 바이올린을 켜며 시를 짓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가 그렇게 가르친다. 네로는 근친상간, 어머니와 아내를 죽인 패륜, 사치와 낭비, 음악. 연극에 빠진 폭군이다. 진시황과 더불어 인류역사상 가장 악명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는 열여섯에 황제가 된 네로는 대단히 열정적이었으며 쾌활한 사람이었다. 치세 초기에는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로마가 불타던 당시 네로는 휴양지에 있었다. 로마는 여러 속국에서 밀려드는 유입인구로 대만원을 이뤘다. 로마인구가 무려 1백만명에 달했다. 도시는 집이 부족했고, 각종 하수구에는 오물들이 넘쳤다.

여름철에는 악취로 싸워야했다. 로마는 흉물스럽고 형편없는 집들도 가득찼다. 5층이하로 주택건축을 규제한 아우구스투스의 법령은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로마 귀족들은 집을 증축해 임대료를 받는데 혈안였다. 당시 로마는 5층 이상을 짓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었으나 귀족에 의해 사문화된 것이다.


임대장사꾼인 귀족들이 7층 이상으로 집을 올린 것은 물론 땅장사에도 정신이 없었다. 로마의 건축물은 주로 목조로 이뤄져 있었다. 오늘날의 목조주택의 기술로도 7층 이상을 짓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로마인의 목재 다루는 솜씨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더우기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7층으로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로마인의 건축술은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배금주와 안전불감증에 걸린 귀족이 빚은 비극에 감동(?)이 밀려올 정도다.


하여간 네로는 이런 로마를 두고 전면적인 재개발을 실시할 구상을 하게 된다. 도시계획도 새로 하고, 왕궁도 다시 지어 '팍스 로마'의 위용을 뽐내고 싶어했다. 곧 재개발론자인 네로는 땅장사, 집장사에 혈안인 귀족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귀족들은 재개발 비용을 분담해야하고, 당장 임대료 수익을 잃는 것이 싫었다. 오늘날 재개발이 부자들의 영역이고, 재개발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인식이 강하다. 즉 용적률을 높이는게 이익의 첩경이다. 네로가 아우구스투스의 법령을 감안하지 않고 높은 용적률을 주어 세놓을 공간을 늘려주었다면 재개발을 동조하는 귀족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로마에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낡은 집들로 옮겨가 진압이 불가능했다. 네로는 휴양지에서 급히 로마로 귀환, 화재 진압에 나섰다. 네로 자신도 매운 연기속의 불타는 시가지로 뛰어들었다. 네로는 건물에 갇힌 가족들을 직접 구해내기도 했고, 다친 사람을 부축하고 도왔다.황제를 알아보지 못한 어떤 이는 금화를 쥐어주기도 했다. 집 잃은 사람들을 도시밖으로 옮기고 음식과 피난처를 제공했다. 더우기 신전과 공공건물, 황궁의 정원마저 피난민들에게 제공했다.


마침내 네로는 불탄 로마에 오랫동안 꿈꾸웠던 도시 재개발을 적용시키고자 했다. 즉각 원로원과 귀족들이 재개발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 갈등은 끝내 원로원과 네로를 화해할 수 없는 길로 이끌었다. 물론 네로의 패륜과 폭력은 미화될 수 없다.그는 폭군이 확실하지만 몇가지 사실들은 후세들이 가공한 것들이 많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네로가 로마를 재개발했다고 하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미학적으로 탐미적인 것과 퇴폐적인 것은 한통속이다. 그런 편에서 열정적이며 예술적인 네로가 도시를 건설했을 경우 매우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시를 만들었을게 분명하다.


그런 네로의 로마와 2천년 후의 서울은 ? 뉴타운, 휴먼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등... 누군가는 이 도시가 불태워지기를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는 거짓말을 보태넣을지도 모른다. 지금 벌어진 개발공화국 대한민국의 한 페이지가 다 거짓말만 같다. '메트릭스'같은 시대다.


전셋값이 없어 자살하는 가장, 쪽방촌에서 홀로 죽어간 독거노인 등등이 다 불씨들이다.


역사는 진실로 쓰여지진 않는다. 수많은 부분이 거짓말로 채워져 있다. 네로라는 저질을 더 저질로 만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 권모술수와 야합, 반칙 없이 깨끗하게 쓰여진 적이 있는가 ? 차라리 거짓말보다 더 황당한 거짓말이 기대될 정도다. 우리나라는 편서풍때문에 방사능 위험이 전혀 없다던 학자님들도 거짓말쟁이다.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언론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정직해야할 공직자들이 먼저 부패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거짓된 시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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