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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그들에게 여전히 속고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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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그들에게 여전히 속고 있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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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막 사회생활을 하던 20여년 전 미래학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인터넷과 휴대폰, 화상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원격근무가 머지 않아 보편화될 것"이라고. 얼마 후 나는 여주, 이천의 접경지역으로 주거를 옮기고나서 그 말을 신봉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 말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 출퇴근에 어려움이 많은 나에겐 그런 세상이 곧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너무도 당연했다. 나는 지금껏 열다섯 해를 전원과 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출퇴근하고 있다. 침대에서 사무실 책상까지의 거리는 편도 70㎞. 거의 27만㎞를 왕복해온 셈이다. 지구의 일곱 바퀴나 되는 거리를 반복해왔다는 것에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나 원격근무시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왜 미래학자들이 말한 세상은 실현되지 않는 건가? 대체 무얼 믿고 미래학자들은 내게 그런 사기를 친 것인가? '머지 않다'는 시간은 20년으로 부족한 건가?

원격근무가 주어진다면 당장 회사는 큰 이익을 볼 것이 자명하다. 우선 평당 수천만원씩 하는 도심 한복판에 나(우리)의 사무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엘리베이터, 화장실, 휴게실과 같은 공간도 그렇다. 더 확장하면 내가 쓰는 피트니스센터, 주차장, 노래방이나 식당 등 회사가 감당하는 공간도 안 만들어도 되며 서류 보관창고, 회의실, 탕비실 등도 필요 없어진다.


내가 출퇴근하면서 사용하는 도로며, 자동차, 에너지, 주차장 건설비용도 사실상 회사가 지불해왔다. 그러니 나를 집에서 일하게 하면 회사는 근본적으로 당장 엄청난 '경영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줄어드는 비용은 이뿐이 아니다. 회사가 지불해야 할 탁아비나 체력단련비, 건강 관리비용, 노무관리나 분규의 위험성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내가 집에서 일할 경우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다. 나는 지금껏 출퇴근하는데 매년 31일, 총 350여일을 썼다. 앞으로 살면서 이 정도는 또 쓸 것 같다. 언젠가 원격근무시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견디기에는 엄청난 시간이다. 일년치 연봉을 버린 것과 같다. 아니다. 움직이느라 들어간 기름값, 자동차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썼고, 앞으로 써야 한다. 원격근무로 내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국가와 지구환경 측면에서도 이익은 많다. 나는 그동안 27만㎞를 이동하며 매년 5t, 총 75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를 정화하러 나선다면 나무 200그루를 새로 조성해야 한다.


물론 이런 연구는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용할 경우 독일에서 향후 10년 내 러시아워가 30% 줄어들며, 원격근무 10만개의 일자리를 통해 40억㎞의 주행거리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비용으로 치면 기름값으로만 거의 10조원에 해당된다.


2007년 현재 근로자 중 원격 근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17%, 유럽 7%, 네덜란드 21%에 이르고 있다. 원격근무가 활성화된다면 아주 다양한 사회적 이익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에너지 소비가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들며,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로 각종 의료비용이 줄어든다. 원격근무는 지금보다 더욱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 단순히 컴퓨터를 가지고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날 구글이나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기업은 출근카드를 찍지 않는다.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 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기업들은 일과 출근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원격근무가 곧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여전히 버리지 못 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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