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모폰 어워드 석권, 워싱턴 DC를 시작 미국 50개 도시 투어공연, 여성팬 실신 부문 기네스 기록 보유자.’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MC 유세윤이 등장하자 어린이대공원 숲 속의 무대에 모인 관중들은 열광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아이콘인 유세윤에게 이 정도 수식어는 흔한 일이지만, 이 날의 소개는 의미가 남달랐다. UV의 첫 싱글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성공은 유세윤이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뮤직비디오에 대한 열광에 기인한 것이었고, 싸이월드 특유의 ‘퍼가요’ 문화가 없었다면 UV의 오늘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지도 모른다. 싸이월드 뮤직 페스티벌의 사회자 유세윤에 대한 숨 막히는 찬사는, 마치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UV라는 대스타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과시하고픈 싸이월드 스태프들의 자부심 같았다.
“추워요? 어쩌라고. 나도 추워요. 멋 부린다고 얇게 입고 왔더니 지금 추워 죽겠어요.” 유달리 친근한 유세윤의 농담을 타고 키득거림이 객석 가득히 넘실거린다. 조금은 쌀쌀했던 4월 2일, ‘싸이데이’를 맞이해 어린이대공원을 통째로 빌린 싸이월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싸이월드 뮤직 페스티벌은 해가 떨어진 저녁 7시에 시작했지만, 객석은 이미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객석을 빼곡히 채운 관중들은 1,20대 위주였지만, 간간히 치킨과 맥주를 들고 와 봄밤의 공연을 즐기는 3,40대도 어색함 없이 어울려 있었다. “UV도 나오는 공연이었나요? 그건 몰랐는데, 장난 아닌 행사네요.” 유세윤의 너스레에 또 한 차례 웃음이 밀려온다.
얇은 옷차림으로 무대 위를 씩씩하게 휘젓고 다닌 씨스타는 유세윤에게 보고 싶었노라 투정을 부렸고, 산E는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관중석으로 달려가 관중에게 물을 뿌리며 펄쩍펄쩍 뛰어 다녔다. 객석에서 신앙 간증 수준의 호응을 이끌어 낸 아이유가 달궈놓은 무대는 UV에 이르러 절정으로 치달았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인천대공원’을 부르짖으며 등장한 UV는 ‘이태원 프리덤’을 라이브로 소화하며 봄밤의 유쾌한 난장을 뜨겁게 고조시켰다.
‘청소년은 대공원, 아이들도 대공원, 노인들도 대공원, 우리들도 대공원’을 외치던 그들의 뒤를 이은 슈퍼키드가 무대에 올라올 때에도, 슈프림팀과 리쌍이 차례로 올라와 자신들의 히트곡을 부를 때도 관중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그들의 히트곡의 후렴을 따라 불렀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2PM을 향해 쏟아진 팬들의 환호성은 여느 때처럼 크고 뜨거웠지만, 함께 어울려 놀았던 가수 중 그 누구도 덜 환대 받은 사람은 없었다. 취향의 위계 없이 모두가 떠들며 즐겼던 그 밤, 관중들은 서로 퍼 나르며 회고할 추억 하나씩을 선물 받았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