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베트남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1분기 베트남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베트남 통계국(GSO)의 잠정치를 인용, 1분기 중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이 전년 동기에 비해 5.43%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해 4분기의 7.34%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높은 연료가격과 전력요금, 자국 통화인 동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으로 국내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월에 13.89%에 이르자 베트남 중앙은행인 SBV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8일 리파이낸싱 금리와 재할인율을 공히 12%로 올렸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 지난 해 11월 7%였던 금리를 7번째 올린 것이다.
그러자 경제는 금방 식어버렸고 성장률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베트남 경제는 주력이라고 할 만한 성장산업이 없어 주요 물품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통화가치 하락으로 물가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베트남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지만 베트남의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재와 원자재 등을 수입해야 하며, 원자재 등의 가격은 베트남 국내 사정과 상관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3월 무역수지적자는 2월 11억1000만 달러에서 11억5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무역수지 적자요인인 수입수요를 줄이기 위해 지난 달 11일 동(dong)의 가치를 약 7% 평가절하했으나 백방이 무효였고 오히려 물가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15개월 사이에 동화 가치를 네 번이나 떨어뜨렸지만 기대하던 무역수지 적자 축소 효과는 내지 못하고 오히려 수입물가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정책목표를 성장에서 동화 가치 안정으로 바꾸는 한편, 금과 달러화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여신 증가율 목표를 당초 23%에서 20%로 낮추고, 재정적자 목표를 2010년 GDP의 6%에서 5%미만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경제는 위태위태하다. 무역수지 적자는 대외지급 위기를 고조시키게 마련이다. 베트남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2008년 말 230억 달러, 2009년 141억 달러에서 지난 해 말 124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베트남 국내에 달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며, 이는 달러화의 급등, 동화의 급락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상승을 억제하려면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을 써야하지만, 현재 20%선인 일반 대출금리는 매우 높은 수준인데다 금리 인상으로 동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면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게 맹점이다. 베트남 정책 당국이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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