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0)이 투자 노하우를 공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주 인도를 방문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버핏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청중 500여 명에게 밝힌 투자 조언 6가지에 대해 28일 소개했다.
버핏 회장은 지금까지 누누히 강조해왔듯 금보다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는 데 주식 투자만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단기 투자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에 초점을 맞춰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주가 하락에 대비해 여유 자금을 갖추고 부화뇌동하지 않는 객관적인 투자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금 투자는 금물=일본 대지진, 중동ㆍ북아프리카 정정 불안, 유럽 재정 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 2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4월물 가격은 온스당 1438달러(약 160만 원)에 이르러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금 값이 곧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금 투자의 적기가 아닐까. 버핏 회장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금ㆍ석유ㆍ미술품 투자의 경우 이들 상품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의 가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이는 투자와 전혀 별개 범주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의 금을 한 데 모으면 8514㎥ 정도"라면서 "이렇게 모아봐야 어루만지거나 쳐다보기밖에 더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 투자는 자산 가격에 투자하는 것이지 자산의 생산성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버핏 회장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주식이나 곡물 생산이 가능한 농지 등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은 인플레 헤지 수단=버핏 회장은 주식에 투자해야 할 또 다른 이유로 인플레를 꼽았다. 그는 "인플레야말로 가혹한 세금"이라면서 "인플레가 발생하면 보유 화폐 가치는 곤두박질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물가가 급등할 때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성장 중인 기업에 투자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주식 투자는 통화 가치가 급락해도 구매력을 지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인플레가 발생하고 통화 가치가 하락할 때 장기 국채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올바른 주식을 택하라=그렇다면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할까. 버핏 회장은 스승인 '가치투자의 전도사'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해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을 고르라"고 충고했다. 그러곤 자신은 "앞으로 5~20년 동안 성장 잠재력과 수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택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예로 코카콜라를 들었다. "코카콜라가 앞으로 더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반면 정보기술(IT) 및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기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들 부문의 시장 판도가 급변하기 때문에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몇몇 기업이 큰 성공을 거두겠지만 그외 대다수 기업이 과대평가됐었다는 게 입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식 매각 시점은?=버핏 회장은 "주식을 살 때보다 팔 때가 언제인지 결정하는 게 더 힘들다"면서 "주식을 매일 사고 파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농장이나 주택을 매입한 뒤 며칠 안에 수익이 발생하리라 바라는 사람은 없다"면서 "이는 주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더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기거나 경영상 내 견해와 다른 변화가 생길 때만 주식을 판다"고 덧붙였다.
◆부화뇌동하지 말라=주식 투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투자자는 종종 소문에 현혹되거나 '묻지마식' 거래를 감행하곤 한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은 채 시장의 본질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합리적인 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어떤 주식이 상승세를 타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상투를 잡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윳돈을 충분히 마련하라=버핏 회장은 주가 폭락으로 어려운 시기가 닥칠 경우에 대비해 충분한 여윳돈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완충자금이 있어야 주가 폭락시 저가 매입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자금난에 빠지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곤 한다. 버핏 회장은 "그러니 돈에 쪼들려 성장 잠재력이 큰 주식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충분한 여윳돈을 마련해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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