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천우진 기자]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씨모텍이 코스닥에서 퇴출될 경우 최대 1만400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씨모텍의 실질주주수는 1만1681명으로 집계됐다. 씨모텍이 올해 초 287억원 수준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것을 감안하면 주주수는 더 늘어난다. 총 2463건의 청약이 이뤄졌다. 이 수를 합하면 주주의 수는 최대 1만4000명에 달할 수 있다. 씨모텍은 소액주주비율이 99% 이상이다. 퇴출될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넘겨진다.
씨모텍의 피해주주의 수는 코스닥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을 들끓게 한 네오세미테크의 소액주주 수도 7200여명에 그쳤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3월24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3개월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결국 의견거절을 막지 못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퇴출 당시 네오세미테크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으로 현재 530억원 수준인 씨모텍보다 규모면에서는 앞선다. 그러나 소액주주 숫자는 씨모텍이 더 많다. 광범위한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상장폐지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씨모텍은 지난 2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회사를 이끌었던 김모 대표는 이틀후인 26일 저녁 자살을 시도해 결국 사망했다. 규정상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뒤 7거래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폐지절차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씨모텍은 오는 4월4일까지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을 거래소에 제출해야 회생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 대표 사망에 따라 씨모텍측은 이사회를 통해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마감일 전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상황에 처하자 씨모텍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빨리지고 있다. 이들은 씨모텍이 신영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이후부터 집단행동을 준비해왔다. 최종목표는 상장폐지 저지지만 경영권확보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증권포털 팍스넷 씨모텍 종목토론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9인의 대표주주모임이 구성됐다. 이들은 28일부터 신영회계법인, 씨모텍 본사, 내비스탁 등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이를 게시판에 공지하고 있다.
주주들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30% 이상의 의결권을 획득해 표 대결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의 지분율이 6%대에 불과한 만큼 소액주주들이 뭉치기만 하면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를 위해 이 회사에 대한 토론게시판에는 28일부터 내비스탁과 하나대투증권을 통해 주권을 위임하자는 내용의 주식이관절차 안내에 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울러 소액주주들은 씨모텍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신영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글, 씨모텍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의 대표로 알려진 전종화씨를 비판하는 글 등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감사의견 거절과 대표를 죽음으로 몰고간 최대주주측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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