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김승미 기자]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물질 국내 유입은 없을 것이라고 정부의 주장과 달리 강원도에서 방사성 제논이 검출됐다.
제논이 기류를 타고 유입됐다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분석에 대해 기상청은 유입경로를 확정짓기는 이르며 바람이 없어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밝혀 그동안 편서풍론으로 안도해 온 국민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강원도 방사능 측정소에서 핵융합이나 핵분열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인 방사성제논(Xe)이 검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8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HYSPLIT)을 이용, 유입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시 방출된 방사성 물질 일부가 일본에서 캄차카 반도로 넘어간 뒤 북극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원도 방사능 측정소에서 처음 제논이 검출된 것은 23일이었으나 수치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 28일 발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검출된 방사선 제논의 농도는 평방미터당 0.878베크렐(Bp)로, 방사선량률로 환산하면 시간당 0.00650나노시버트(nSv)다. 윤철호 원장은 "이는 우리나라 자연방사능 준위(시간당 150nSv)의 2만 3000분의 1 수준"이라며 "인체나 환경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물질 국내 유입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대치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금껏 방사능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으로 흩어져 한국에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풀이해왔다. 반면 이번에 측정된 제논은 새로운 경로로 우리나라까지 도착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윤 원장은 "방사능 물질이 전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은 할 수 없다"며 "방사능 물질의 양이 문제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기상청은 유입경로를 확정짓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과장은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로 유입경로를 분석하려면 인도네시아, 일본 등 더 많은 검출 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논이 기류를 타고 유입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전 과장은 "방사성 물질 제논이 극미량이라는 전제하에서 방사선 물질은 바람 없어도 이동이 가능하다"면서 "담배 연기가 바람 없어도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확산되는 것처럼 제논도 이렇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서풍을 타고 북극을 돌아 한반도로 방사성 물질이 전파됐다는 설명과는 어긋난다. 국내 방사능 물질 유입에 대비해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풍향이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물질 누출량 등 관련 조건을 보수적으로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더라도 우려할 만한 방사선 영향은 예측되지 않았다"며 "(방사선 물질의)양이 극미량이라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KINS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 노심이 100% 용융(멜트다운)되고, 격납용기 밖으로 내부 기체가 누설될 가능성을 설계 당시보다 30배로 가정할 경우 울릉도 주민 피폭선량은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 1밀리시버트(mSv)의 30% 수준인 0.3mSv일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방사능 물질을 실은 편서풍 역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곧 국내에 도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방사능 물질이 편서풍 제트기류를 타고 미국과 유럽을 거쳐 오기까지는 최소 2주에서 4주가 걸리며, 국내에 도착하는 것은 4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방사능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한바퀴 돌 가능성은 전 세계가 피할 수 없다"며 부연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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