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왕=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소리 없이 흘러내린 눈물. 김성민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판사의 감형 판결에도 그랬다. 미동은 없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죄를 반성했다.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2호에서는 김성민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김성민은 하늘색 수의복에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들어섰다. 홀쭉해진 볼. 그 위를 감싼 짧은 턱수염. 그는 두 손을 맞잡은 뒤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 시선은 분산되는 법이 없었다. 바닥과 판사, 정확히 두 곳만 응시했다.
앞서 김성민은 마약밀수 및 투약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초 그는 언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계획이었다. 김성민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산호 관계자는 “김성민이 보석 신청을 완강히 거부했다”며 “가족들의 만류로 겨우 항소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고등법원 형사 6부는 반성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4년과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 약물치료강의 40시간을 언도했다.
담당판사는 “필로폰을 밀수하고 투약했으며 더 나아가 대마초까지 흡연했다”면서도 “범죄를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감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전과가 없지만 밀수를 한 점 때문에 앞선 선고에서 엄한 처벌을 받았다”며 “기회를 얻는다면 다신 마약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법원은 김성민이 연예인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담당판사는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며 “다시는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밀수의 죄가 크나 그 목적이 영리가 아닌 소지였다. 이 점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민은 판사의 당부와 쓴 소리에 내내 눈물을 흘렸다. 눈가에 묻은 물기는 닦지 않았다. 그저 두 손을 맞잡은 채 판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공판 뒤 김성민은 재판정에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된 판결에 재판을 지켜보던 그의 매니저는 이내 미소를 보였다. 복도를 빠져나온 그는 이내 흥분된 어조로 기자들을 향해 “잘 부탁드리겠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
변호인 측은 이번 감형을 김성민 스스로 얻어낸 결과라 여기고 있다. 산호 관계자는 “김성민이 처음부터 죄를 인정하고 반성해 일이 비교적 쉽게 풀렸다”며 “구치소에서의 모범적인 생활과 반성문을 수차례 작성하는 등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라고 평했다.
징역형을 벗은 김성민은 이날 오후 12시 5분께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현장을 목격한 구치소 관계자는 “변호인과 가족의 안내를 받으며 황급히 빠져나갔다”며 “행색이 무척 초췌해보였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택시 운영을 하는 김 모씨도 “서둘러 차량에 탑승해 구치소를 벗어났다”며 “안색이 무척 좋지 않아 보였다. 고개를 계속 수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새롭게 주어진 삶. 하지만 아직 소감을 밝힐 준비는 되지 않았다. 그의 최측근은 “김성민은 집행유예도 벌이라 여긴다”며 “구치소를 나왔지만 여전히 죄 값을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스스로 인생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숙 같은 자숙을 거쳐 새사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그가 출연했던 ‘남자의 자격’을 이제는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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