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애국심의 상징인 바라크함 깃발 임대 전시 답례...야당 소속 차기대권주자인 점도 한 몫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러시아를 방문 중인 송영길 인천시장이 이례적인 환대를 받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송 시장은 '겨우' 외국의 일개 도시 수장의 대우가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사실상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으며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 시장은 24일 외국 지자체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 대통령실의 공식 초청을 받아 크레믈린궁을 방문해 베골로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다.
또 이날 러시아 최대 국립대인 '모스크바대학'을 방문해 인천분교유치 MOU를 체결하고 '동북아에서 러시아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외국의 저명 인사나 국가원수급들이 국빈 방문할 경우에나 실시되는 파격적인 의전이다.
'인천 광장' 조성도 러시아 사상 최초로 외국의 국가가 아니라 일개 도시 이름을 딴 광장 조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송 시장은 방문 첫 날인 지난 21일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를 방문해 '인천광장' 명명식에 참가했다. 인천광장은 발틱 함대의 기지로 러시아 혁명 과정을 그린 영화 '포템킨호'의 배경이 된 크론슈타트항 옆 숲에 조성된다.
'파격 대우'는 지난 22일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송도 분교 유치 협약 체결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러시아 최고 실세 블라드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졸업한 러시아 최고 명문인 이 대학은 이미 2009년 인천대학교와 분교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지지부진했었다.
하지만 이날 송 시장은 이 대학 파블로프스키 총장과 만나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실무협상단까지 구성을 마치는 등 협상을 급진전시켰다. 이는 크레믈린 대통령실로부터 "분교 설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라"는 지시가 직접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송 시장은 또 지난 23일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 방문해 러시아 최대 통신사인 이타르타스 통신 측과 공식 인터뷰를 가지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ㆍ이명박 대통령 등 러시아를 방문한 외국의 국가 원수들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접견실을 사용하는 예우를 받았다.
이날 푸틴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보리스 바체슬라프 그리즐로프 러시아 하원 의장을 공식 면담한 것도 관례적으로는 외국 정부 총리급 정도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란 점에서 이례적인 환대다. 송 시장은 보리스 의장과 양국간 합의된 PNG(북한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사업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환담을 나눴다.
이처럼 송 시장이 파격적 환대를 받는 이유는 우선 지난해 11월 인천시가 러시아 측에 건넨 러시아 해군 '바라크함'의 깃발 때문이다.
바라크함은 러일전쟁 당시 인천함에 주둔하다 일본 군함들의 기습 공격을 받아 침몰했으며, 바라크함의 깃발은 침몰 당시 배와 함께 수장됐으나 나중에 일본군에 의해 수거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보관돼 왔다.
러시아인들은 숫자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에서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다 침몰한 바라크함의 깃발을 러시아의 영혼, 애국심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크론슈타트항 인근 러시아해군박물관에 임대 전시 중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측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라크함 깃발의 임대 전시를 허용해 준 송 시장에게 답례의 표시로 '국빈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송 시장이 미국과의 '동맹 외교'를 중시하는 현 정부와 맥을 달리하는 야당 소속 잠재적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송 시장은 2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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