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나를 포함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셋이 함께 뛰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기성용)
"미드필더에는 왼쪽부터 이용래, 기성용이 나서고 김정우는 오른쪽에서 활약한다"(조광래 대표팀 감독)
결국 선택은 '공존'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용래(수원)-기성용(셀틱)-김정우(상주)의 동시 출격을 예고했다.
셋이 대표팀에서 함께 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기성용-김정우가 붙박이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이후 김정우가 기초군사훈련과 부상으로 대표팀에 장기간 합류하지 못한 사이 이용래가 급부상했다.
김정우는 이번 소집 내내 조 감독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공격수로 변신했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소속팀 사정 탓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그 3경기 연속골로 리그 득점 선두(4골)에 올랐다. 탁월한 축구 센스는 자리에 상관없이 빛을 발했다.
활약은 대표팀 재발탁으로 이어졌다. 마침 아시안컵에서 활약했던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소속팀 적응을 위한 배려 차 이번 소집에서 제외됐다. 조 감독은 컨디션도 좋고 공격력도 갖춘 김정우를 구자철 대신 처진 공격수로 기용해보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반면 김정우는 "미드필더가 더 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리그에서 공격수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고는 해도 A매치란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생각이었다. 처진 공격수로 나선 자체 청백전에서도 강한 압박에 밀려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문제는 기존의 이용래-기성용의 중앙 미드필드가 탄탄하다는 것이었다. 훈련 내내 안정된 호흡을 보여줬다. 조 감독도 "아시안컵을 함께 치러서인지 용래와 성용이의 밸런스가 워낙 좋다. 정우를 측면에서 활용해보는 것도 생각 중이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사실 누가 선발로 나서도 지장 없을 만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라며 고민의 깊이를 더했다. 기존의 4-2-3-1 전형을 고집한다면 셋 중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했다.
결론은 '신(新) 삼각편대'였다. 온두라스전을 하루 앞둔 24일 기자회견에서 조 감독은 "기성용을 아래쪽으로 내린 역삼각형 형태의 진용을 갖추면서 세 명 중 하나가 공격에 가담하면 나머지 두 명이 상대 투톱을 막는 형태로 전술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패러다임에서 누구 하나 포기할 수 없다면 역발상으로 최상의 효과를 만들어 보겠다는 노림수였다.
김정우에 대해서도 "좋은 선수는 어느 자리에서나 뛸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며 "소속팀에서는 공격 포지션으로 바꿔 잘했지만 온두라스전에는 중원에서 뛰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성용 입장에서도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생소하지만은 않다. 그는 "아시안컵에서도 용래 형이 앞으로 나가고 내가 뒤로 처지면서 플레이했다. 자리만 수비형 미드필더일 뿐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우와 이용래가 프로와 대표팀을 통틀어 한 번도 발을 맞춰본 적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둘 다 공수조율 능력이나 본래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성용의 말대로 미드필더 3인방이 함께 뛰며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신무기'를 장착하는 셈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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